책 읽는 백수

보람찬 백수생활

by 보람찬 백수

일을 할 때는 책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일이 자주 있었다.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나는 꼭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까지 몰려온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순간순간 재미와 보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일을 하지 않게 되면 해야 할 필수 항목이 독서가 아닐까 싶다. 막상 백수가 되면 시간은 많은데 무엇을 할지 종잡을 수 없을 때 실천하기 가장 쉬운 것이 독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일이 바쁠 때에는 그렇게 독서가 하고 싶었다. ‘책 한 권 볼 시간 없이 내가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들지만 막상 시간이 생겼다. 어떤가? 독서 말고도 유혹이 너무 많다. 벼르고 벼르던 책이라도 봐야겠는데 실행이 잘 되지 않는다.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할 때나 책을 볼 때는 음악을 틀어 놓고 하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카페에서는 책이 잘 읽히기 때문에 카페 같은 분위기를 가장한다는 명목으로 카페에서 들을 법한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럴 경우에 음악은 나의 집중을 방해한다. 꼭 그러지 않아도 집에는 방해요소가 많다. 중고등학생도 아닌데 책상 정리도 하고 싶고, 갑자기 청소도 하고 싶고, 간식도 찾아 먹고 싶다. 이럴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집보다는 독서실이나 카페를 찾았다.


직장인이 아니면 시간이 자유롭다. 주말, 공휴일, 평일 저녁 시간은 가족단위나 친구 및 지인들과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카페 같은 곳에서 있기에 적당하지 않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평일 낮에는 나와 같은 이유로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다. 사람이 한적한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종종 있다. 그래서 많이 시끄럽지 않으며 조금 시끄럽더라도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마음만 먹으면 열심히 책을 볼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엉덩이가 무겁지 않아서 오래 있지는 못한다. 커피 한잔을 마실 시간 정도면 자리를 정리할 수 있다.

직장을 다닐 때도 자주 그러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려고 작정을 한 날은 칼퇴근을 하고 집 근처 카페로 퇴근을 하기도 했다. 아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반납 날짜가 코앞에 온 그때쯤 그랬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없다면 다 보지 못했더라도 반납을 하면 되었지만 처음 대여를 했을 때 그 책이 필요했던 마음으로 나와한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집 근처 카페는 장소가 넓어서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게다가 24시간 운영이라 퇴근하고 1, 2시간 있어도 문 닫을 걱정이 없었다. 그 시간 안에 소설책 한 권을 다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퇴근하고 집으로 가면 그만큼의 시간을 내어 책을 읽기 쉽지 않기 때문에 평일 저녁에 이용이 편리했다.

그 카페는 그렇게 책을 읽을 때뿐만 아니라 주말에 동네 친구와 곧잘 가는 카페였다. 주말 낮에 가면 늘 한편에서 장편 소설을 쌓아놓고 읽고 있는 아저씨가 계셨다. 우리는 처음에 카페 사장님일 거라고 예상한 적도 있지만 몇 번 보고 나니 아닌 것 같았다. 사장님도 아닌데 주기적으로 나와서 책을 읽는 것을 보며 ‘저 아저씨는 독서량이 엄청난 분’ 일 거라는 이야기를 종종 나누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아저씨도 열심히 책을 읽으시는데 우리도 독서량 좀 늘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우스갯소리 같은 말로 진심 어린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요즘은 카페에서 집중이 잘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카페에서 책을 쓴다고 말하는 작가들도 많이 보았다. 유명한 영화감독도 카페에서 주로 시나리오를 쓴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런 곳이 집중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1인 가구나 신혼부부들이 카페 느낌이 나도록 인테리어를 하는 일이 흔한 것은 어쩌면 독서 등의 자기 계발 때문이라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유가 그렇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을 보면서도 늘 필기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독서를 하는지 공부를 하는지 구분을 짓지는 않는다. 특히 지금은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순수하게 독서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독서를 공부하듯 할 때가 많다. 독서를 하며 필기를 하는 건 책의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서 읽는 시간을 아끼고자 함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읽는 책은 주로 소설 및 에세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이런 장르들의 책은 읽기에 부담이 없이 책장이 잘 넘어간다. 소설의 경우 인물분석을 하면서 읽기 때문에 항상 메모를 하면서 읽는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그것이 영화화된 것이 있다면 꼭 비교해서 본다. 이것은 각 장르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소설의 경우 스토리가 있어서 그런지 책장이 잘 넘어간다고는 했지만 글로만 보고 이해하기에는 막연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건 글이니까 가능한 것 아닐까?’ 쯤으로 생각하고 답답하지만 넘어가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영화로 보면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각화해 보여주어 상상과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의 경우도 대부분 가독성이 좋아서 잘 읽히는 책이지만 꼭 필기하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 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편하게 그냥 읽어야지 했다가도 연습장 몇 장을 꽉 채워 중요한 부분을 적어 놓기도 한다. 사실 이런 부분을 발견하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일 것이다.


나는 여행을 갈 때도 새로운 곳을 탐색하기보다 갔던 곳을 또 가고 영화의 경우도 봤던 영화를 반복해서 본다. 이러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은 내 성향인 것 같은데 독서 습관도 다르지 않다. 읽지 않은 새로운 책을 읽어서 독서량을 늘리기보다 읽었던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물론 감명 깊게 읽는 책에 한해서지만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이런 부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부분이 발견된다. 그래서 그 책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1독을 했을 때 필기했던 것을 바탕으로 2독, 3독을 하면 그 책을 읽는 속도는 빨라지고 이해도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


가끔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만 하던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직장을 다닐 때도 빼놓지 않는 소비의 일부이다. 백수가 되어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을 때면 책을 산다. 백수로서 돈을 써도 아깝지 않고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지출이 이 항목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비용이 아깝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듯 읽으면 그 또한 보람찬 일이 된다. 반납 날짜가 턱 끝까지 다가올 일이 없는 것도 좋다. 책을 단지 구입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나에게 책 선물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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