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찬 백수생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침에 눈을 떠서 지난 새벽을 되돌아보는 날이 있다.
'야식 먹을 뻔했어.' 이유는 이것이다. 그런 날은 새벽 12시쯤 배달 어플을 뒤져보고 장바구니에 음식을 담았다가 주문할까 말까 수없이 고민한 밤이다. 그리고 가까스로 생수 한통 들이키고 야식의 유혹을 참아낸 날의 아침이다.
매일 고비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정말 새벽쯤에 배가 고플 때가 있다. 그러나 유혹을 뿌리치고 아침을 맞은 날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리고 늘 그렇듯 간밤에 얼굴살이 빠졌는지 가장 먼저 거울로 확인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물을 마시는 것, 화장실을 가는 것, 세수를 하는 것 등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하던 습관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만의 노파심에서 그러는 것 같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
저녁 늦어도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이어트를 더 제대로 하려면 오후 6시로 조정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정한 시간은 7시다. 일을 할 때는 이렇게 정해 놓지 못했다. 퇴근 시간이 늦어서 저녁을 먹는 시간을 내 임의로 당길 수 없었다.
늦게 자는 탓에 오후 7시에 그날의 끼니를 모두 마치더라도 공복으로 깨어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특히 공복시간을 오래 유지하려고 오후 7시 이후 끼니를 다음날 오후 1~2시에 먹는다. 더 많은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알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날은 괜찮지만 어떤 날은 굶주린 배를 잡고 잠드는 일이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다. 그런 나를 위해서 가끔 유혹에 져주는 보상을 하기도 하지만 다음날 후회가 앞선다.
전날 여러 가지 이유로 저녁을 먹지 못했을 경우가 있다. 그 사실을 엄마가 알고 있다면 아침에 일어난 내 얼굴을 보자마자 "너 어제저녁 못 먹어서 배고프겠다. 빨리 밥 먹어라." 하는 말로 내가 저녁밥을 먹지 못했음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저녁밥을 먹지 못한 날 잠들 때는 조금 출출했더라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런 사실이 까맣게 잊혀 있다. 생각하기에도 저녁밥을 먹지 못하고 자면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고플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저녁밥을 많이 먹고 잤든지 먹지 못하고 잤든지 하루를 마치면 혹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사람의 몸은 연결이 아니라 리셋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똑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녁 한 끼 정도 굶었다고 해서 다음날 폭식을 한다거나 일찌감치 일어나 밥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단지 내가 하던 페이스대로 유지하면 되었다.
일을 할 때는 자의든 타이든 그리고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움직일 일이 많았다. 그래서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다. 20대에는 괜찮았지만 30대가 되면서 살이 찐다는 것이 눈에 띈 순간이 있었다. 살찌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 그 후부터였던 것 같다. 많지는 않지만 늘 2, 3kg 아니 3, 4kg이 늘 아쉬웠다. 내가 먹는 것에 예민하고 예방 차원에서 챙겨 먹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당시의 옆자리 직장 동료분은 “전에 도대체 몇 킬로였길래 그렇게 신경을 써요?”하시며 물으신 적이 있다. 아마 내가 꽤 뚱뚱했었다가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단 음식이나 몸에 좋지 않다는 것들을 먹지 않았을 뿐인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드물었던 것 같다. 단지 건강관리 때문이라고 말해두었는데 그분도 관리를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 동료분과는 당번을 정해서 내가 원래 먹고 있었던 핑거루트 차도 끓여서 나눠 마시며 비만 예방을 같이 하기도 했다.
일을 쉰 다음부터는 내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거나 밖에서 약속이 없는 한은 움직일 일이 없을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안 먹고살 수는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하고 그대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면 머릿속은 일할지 모르나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에 죄책감이 컸다. 왠지 먹는 것만큼 다 살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내가 느끼는 것만큼 꼭 체중계가 정확히 알려주었다.
그렇게 지내던 중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산책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이 이후이다. 2시간을 꼬박 걸었다. 앞에 계단이 나오거나 언덕길이 있으면 힘이 들지만 더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 일부러 찾아 걷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집 아파트는 18층이 맨 꼭대기인데 독하게 맘먹은 날은 1층부터 꼭대기까지 2번을 올라가기도 한다. 계단을 걷는 운동이 좋다고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걸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18층까지 2번을 올라간다 해도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무리는 동네 운동장 걷기나 산책로 걷기가 된다. 그렇게 힘들게 운동을 하는 것이 억울해서 좋아하던 과자도 일절 끊고 단 음식도 멀리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때는 또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는 특히 탄산음료를 매우 좋아했었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몰랐을 어린 시절에는 집에 그런 것이 선물로 들어온 날은 하루에 몇 개씩을 먹었는지 모른다. 몸에는 안 좋았을 수 있을지 몰라도 어릴 때라 그런지 살이 찌지는 않았다. 커서는 그것이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들도 먹으니까 별 다른 거부감 없이 먹었다. 특히 기름진 것을 먹을 때는 필수였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먹는 칼로리를 낮출 필요가 생겼다. 탄산음료 먹는 습관을 탄산수로 대체했다. 가끔 단 것이 생각날 때도 대신 먹으면 그만이다. 탄산수가 입에 맞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입에 잘 맞는 편이고 갈증을 해결해 주는데도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가방에는 항상 생수 한 병과 함께 탄산수가 필수로 들어있다.
집에서 있더라도 TV를 잘 켜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일부러 그러는 건데 이럴 때 TV 없이 사는 것을 실천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존경의 대상이 된다.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렇게 살고 있다면 TV를 볼까 말까 하는 고민은 아예 없는 것이 될 테니까 말이다. 다른 때는 미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를 틀어 놓기도 하는데 대신 밥을 먹을 때는 편하게 먹자 해서 TV를 보면서 먹는다. 사실 볼만한 TV 프로그램이 세팅되지 않으면 식사를 차려놓고도 식사를 시작하지 않는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누구를 막론하고 공통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포만감 문제로 과식을 하게 된다고 하여 밥 먹을 때도 편하지 않게 먹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백수 생활 내내는 다이어트의 연속이다. 살이 찌기 쉬운 시기에 관리를 해주지 않아서 내 몸마저 내가 백수라는 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을 피하고 싶다. 백수가 되어서 편한 것이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백수가 아니라 자취를 하며 미혼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겠지만 백수일수록 규칙적으로 생활하여 식사도 규칙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영원히 살을 빼지 못할 줄 알았다. 현재의 체중이 내 평생을 가져갈 숫자라고 생각했다. 일을 쉬지 않았다면 그것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몸무게가 더 가벼워지면 좋겠지만 그럭저럭 그리고 더 무거워지지 않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꼭 다른 운동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걷기로는 건강관리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렇게 지키고 싶은 체중관리를 가끔 새벽 찾아오는 식탐의 욕구로 무너뜨리면 죄책감을 갖는다. 목표를 가지고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들도 가끔 한 번씩 치팅데이를 갖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도 ‘그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하다가도 그렇게 되면 그다음 날 새벽도 출출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자동으로 찾아와서 아예 예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야식을 먹는다는 그 재미 자체를 느끼고 싶기도 하다. 어쩌면 또 그것을 위해 체중에 신경을 쓰는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라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건강관리 자체에 관심을 두고 건강한 백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