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는 필수

보람찬 백수생활

by 보람찬 백수

직장을 다닐 때는 투잡을 했었다. 거창하게 말해 그렇지 투잡이라기보다 하나는 직업, 하나는 아르바이트이다. 알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말하진 않았지만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때 내가 가장 부지런한 사람으로 지목되곤 했었다. 어쩌면 그렇게 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백 원, 이백 원까지는 아끼지 않으며 백수시절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을 다니고 있던 어느 날 아는 분으로부터 연극 티켓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평소 문화생활을 한지 오래되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는 지인분과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만나 대학로에서 식사도 하고 구경도 했는데 특히 그날 대학로에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구경거리도 많은 날로 날짜를 잘 잡았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 이야기 끝에 그 지인분이 주말에 아르바이트로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분이 주말에 따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평일에 직업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이었는데 처음에 주말에도 일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떻게 주말까지 일을 하세요?, 평일에 하는 일도 힘들지 않으세요?, 언제 쉬시는 거예요?, 주말에 약속이 생기면 어떻게 하죠?” 등등 의문으로만 가득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사람 일 한 치 앞도 모른다지만 그 약속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주말 아르바이트의 주인이 그날 이후 내가 되었다.


최근 몸이 안 좋아져서 쉬기도 할 겸 일단 주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힘드셨을 것 같다고 잘하셨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정도면 일이 참 쉬운 편인데 그만두는 것이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이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곳은 우리 집 아파트 상가에 있는 곳이었다. 사시는 곳은 나와 같은 동네가 아닌데 교통이 편해서 대략 20분 정도 걸려 출퇴근을 하신다고 했다. 우연히 구직 사이트를 보고 구하신 건데 처음에 아르바이트하는 장소를 알게 되었을 때는 서로 깜짝 놀랐었다. 그전에는 지인분이 동네정도만 알 뿐 우리 집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고 계셨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의문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귀가 얇은 것이 여기서도 작용했다. 그래도 “일이 정말 쉬운 거 맞아요?”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가까운 것이고 뭐고 일이 쉽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리해서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이고, 집 앞이고, 주말 아르바이트로 일주일에 1, 2번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약속이나 볼일이 있는 주말에는 시간 조정을 해주어서 그것도 편하다고 하셨다.


마음속의 소리 ‘OK.’


“제가 해 볼게요. 해서 용돈에 보태봐야겠어요. 저, 소개해 주실 순 있나요?”

그전까지는 주말에 약속을 주로 잡았고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를 비축한다는 핑계로 주말에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편하게 보냈었다. 막상 하겠다고는 했지만 내 소중한 주말이 어떻게 될지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소개를 받고 채용이 되었는데 집이 가깝고 전임자의 소개로 오는 것 등이 아마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소개를 받고 갑자기 뛰어든 주말 아르바이트에서는 배울 점이 매우 많았다. 일단 일을 배워야 하니 일을 배우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쉬운 일이라고 해서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아마 1년 이상 하셨기에 본인에게는 일상처럼 일이 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소개를 받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2, 3일 만에 그만두었을 만큼 배우는 과정이 힘들었다. 어쩌면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입장이어서 꼭 해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몇 개월이 지난 뒤에야 처음에 참고 배우기를 잘했구나 생각할 만큼 나에게도 그 일이 수월해진 날이 오긴 왔다.


몇 달이 지나고 아르바이트에 적응을 한 뒤 당시 친한 직장 동료분에게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하게 된 적이 있었다. 들으시더니 “어쩐지 월요일이면 피곤해하는 것 같더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원래 잠을 잘 못 자서 아침은 늘 피곤하고 잠이 덜 깨어있다. 오히려 주말에 쉬면 늦잠을 자서 평일 동안 지냈던 생활패턴이 깨져 다음날 더 피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한 날은 주말 아침에 늦잠을 자지 않고 평일과 비슷하게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월요일이 되는 날 월요병이 없을 만큼 출근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그 점이 가장 좋았다. 이것은 주말 아르바이트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한 달에 온전히 집에서 쉬는 날이 하루 정도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종일 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건 가끔이고 대부분은 오전이나 오후 반나절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되었다. 일이 없는 날에는 몰아서 집안일도 하고 책도 보며 원래 그렇듯 하는 일 없이 편하게 보냈다. 생각했던 것만큼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다. 뮤지컬이나 콘서트를 보는 등 취미로 하는 일에 보태보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데 주말에 잡히는 공연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물론 시간조정도 되어서 취미생활도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생활하여 주말 아르바이트로는 직장에서 받는 월급의 약 15~20%가량의 급여를 받았다. ‘직장의 월급 + 주말 아르바이트 급여’가 나의 한 달 소득이 된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급여가 입금이 되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꽤 기쁜 일이었다. 처음에는 취미로 하는 일에 돈을 보태보자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며 시작했다. 이후 돈을 헤프게 낭비하며 쓴 것은 아니나 어디에 사용하든 좀 더 넉넉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게 쓸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 되었다. 물론 아르바이트비로 많은 것을 충당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취미나 커피 등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해도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아깝지 않게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후에도 주말에 하던 이 일은 좀 더 오래 한 것 같다. 직장이 없다고 해서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찾아 새로 일을 배우는 낯선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게 해 준 일이다. 처음 이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하는데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고 해 보겠다고 생각했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함으로써 내가 또 다른 일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고 꽤 재미있어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일은 직장으로 다닌 직업보다는 큰 책임감 없이 할 수 있어서 일정 부분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당연히 무슨 일을 하든지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직장에서 하던 일이 신경이 많이 쓰는 일이었다면 이것은 많이 움직이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랜 시간 일을 하거나 바빠서 조금 더 피곤한 날은 이상하게 복잡한 마음으로 걷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르바이트에서는 바쁘고 힘들게 일할수록 쓸데없는 생각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사람의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후 이 일을 했던 경험은 백수가 되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경험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일지라도 해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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