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비 Oct 28. 2022

#11. 생존의 세계에서 우리는

카페 '사이'로 출근하는 영주. 문밖을 나서자 길고양이 두 마리가 한 마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공격을 당한 고양이는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몸을 웅크렸다. 생존의 세계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저리 가!!"

영주는 손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흠칫 놀란 두 마리의 고양이가 줄행랑을 쳤고, 남은 한 마리는 반짝이는 눈망울로 영주를 바라봤다.

"에휴. 불쌍한 것. 다음에는 너도 맞서 싸워. 당하고만 있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영주는 쭈그려 앉아 고양이에게 말했다.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삶에서 가장 기본은 생존이다. 생존하지 않는 것에는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주의 어린 시절, 옆집 부부가 날마다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허구한 날 남자는 집안 살림을 때려 부수고, 여자를 때렸다. 밤마다 여자의 울음소리 불안했고, 경찰 사이렌 소리에 동네가 시끄러웠다. 여자의 일상은 늘 맞고 우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의 폭언과 폭력이 또 시작되었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아! 이혼해!"

남자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여자는 이혼선언을 했다. 화가 난 남자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내동댕이 쳤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남자는 가정폭력으로 경찰에게 잡혀갔다. 여자는 이혼소송을 했고, 승소했다. 여자는 생존하기 위해  오랫동안 몸무림을 쳤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사람을 견디고 견디다가 드디어 끊어냈다. 삶은 생존이다. 지독한 악인연을 끊어낸 여자는 이사를 갔고, 작은 식당도 개업했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한동안 그 집 부부를 입방아에 올렸다. 영주는 지금도 가끔 그 여자가 맨발로 집을 뛰쳐나오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


우리가 함께 더불어 가는 세상에서 굳이 전쟁이 필요한가? 모두  공생하면서 살아간다면 생존을 위해 서로 할퀴고 싸우는 일은 없을 텐데. 영주는 웅크린 고양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였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에 순간 광고전화일까 의심을 했다. 벨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울렸다. 영주는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긴 ㅇㅇㅇ출판사예요. ㅇㅇㅇ플랫폼에서 작가님의 글을 봤어요.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집을 짓지만, 또 그 때문에 집이 허물어져간다.'는 문장이 신선했어요. 언제 한번 미팅 가능할까요?"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는 영주를 작가라고 칭했다.

"네. 전 아무 때나 괜찮아요. 날짜, 시간, 장소 정해서 문자 주세요."

설레는 마음에 영주는 흔쾌히 수락을 했다.

'내가 너무 한가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무 때 나라니...'

영주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생존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써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찼다. '공생'이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영주의 가슴속을 누비고 다녔다. 어쩌면 휴대폰 너머의 그 목소리와 공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