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시골 전원주택 마을이다.
이곳에 이사를 오면서 집을 지켜 줄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사실 나는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개를 관리하는 건 오로지 남편의 몫이 되었다.
흰색 털을 가진 풍산개였다.
아들이 '골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당시 막 중학생이 된 아들은 우리가 처음 키우게 된 동물이니, 금처럼 귀하게 살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나는 그닥 개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아들의 마음만은 기특했다.
골드는 생각보다 영특한 녀석이었다.
동네 주민들의 차량은 다 알아보았고, 가끔 낯선 차량이 집 앞으로 진입하면 사납게 짖어댔다.
골드에게 아침, 저녁으로 사료를 챙겨줘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변을 치워야 했다.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였지만, 남편은 목욕도 시켜주고 빗질까지 해주면서 정성을 들였다.
가끔 비가 오는 날은 개집 근처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는 나와 달리 남편은 행여 골드 집으로 비라도 들이칠까 걱정했다.
나는 골드를 예뻐하기는커녕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남편한테 퇴근이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하는 수 없이 골드에게 밥을 주는 일은 내 차지가 되었다.
"골드! 왜 안 먹어?"
밥그릇에 사료를 주기 무섭게 달려들어 먹던 골드가 오늘은 제 집에서 나오질 않는다.
생전 밥 한번 주지 않던 내가 밥을 줘서 그럴까?
내가 골드를 별로 안예뻐한다는 걸 눈치라도 챈 것일까?
설마... 내 마음까지 알아챌까?
나는 멀찌감치 물러나 유심히 골드를 지켜봤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제 집안에 드러누워 있다.
남편이 퇴근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골드가 반가운듯 꼬리를 흔든다.
"골드, 밥 먹어야지."
남편이 머리를 쓰다듬자, 허겁지겁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서운하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자기를 별로로 생각하거나 싫어하면 속상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는다.
동물이라고 그런 감정이 없을 거라고 단언한 나는 참 무지했다.
어느새 골드는 제법 덩치 큰 개가 되었다.
"아이고, 오늘도 난리가 아니였어. 어찌나 날쌔고 힘이 장사던지..."
퇴근 후 뒷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골드가 묶여 있는 쇠말뚝을 뽑고 달아나 한바탕 소동이 벌여졌다고 했다.
다행히 골드를 예뻐하는 뒷집 아주머니에게 잡혀 다시 제 집 앞에 묶여졌다.
남편은 골드가 묶여 있는게 힘들었던 것 같다고 퇴근 후에 동네 산책을 시켜주었다.
골드가 목줄이 풀린채로 동네를 휘젖고 다니면 동네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동네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쇠말뚝은 더 깊이 박혀졌다.
골드가 목줄을 풀고 동네를 휘젖고 다니기까지 무언가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 불편함을 해소시켜주기는커녕 그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했다.
남편이 애지중지 정성을 다해서 키운다고 해도 어딘가 2%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골드가 느끼기에는...
"골드, 오늘은 얌전히 있어야 돼."
출근하는 남편이 골드와 아이컨택을 하며 말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야에 제보해도 되겠어. 저렇게 깊이 박힌 말뚝을 어떻게 뽑았을까?"
오늘도 골드랑 한바탕 숨바꼭질을 하신 뒷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번번히 죄송합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는 머리를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다행히 지금껏 골드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뒷집 아주머니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동네 주민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큰일이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tv프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강형욱 동물훈련사를 통해 알았다.
견주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것을.
초보 견주에게 골드는 벅차고 과분한 존재였다.
남편의 지인이 골드를 키운다고 데려갔다.
몇 해가 지나도 골드의 빈 집이 마당 한켠에 놓여 있다.
'서투른 초보 견주 만나서 고생했다.골드야'
개를 키운다는 것.
내 욕심으로 섣불리 시작하기에는 너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견주가 되는 일은 어렵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게으른 사람은 절대 견주가 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