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없는 세상

by 청비

남편과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을 어귀에 유기견으로 보이는 푸들 강아지가 있었다.

진갈색의 털들이 뒤엉켜 있었고, 여기 저기 얼룩이 묻어 있었다.

"요즘 들어 우리 마을에 유기견이 많이 보이네. 사람들이 참..."

남편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엉망진창이 된 푸들 강아지의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선뜻 집으로 데려올 수가 없었다.

초보 견주로써 이미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 알량한 동정심에 키우겠다고 나서다가 또 다시 버려지는 불상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집 첫 애완견 골드를 보내고 생각했다.

꼭 길거리에 버리는 것만이 유기가 아니라고.

골드의 입장에서는 낯선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일이 곧 유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그래서 한동안 마음이 쓰였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에 읽다 만 '글의 품격'이라는 책을 폈다.

이상하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고, 책 속의 활자들이 공중으로 둥둥 떠다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까 본 유기견이 신경쓰였던 것 같았다.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간다는 핑계로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유기견을 다시 발견한들 내가 키울 자신은 없었다.

아니, 키울 자격이 부족했다.

단지 마음이 쓰여서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내 발걸음이 그곳을 향했던 것이다.


"어? 언니! 강아지 또 샀어요?"

이웃집 언니가 못보던 치와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그건 아니고, 며칠 전에 마을 입구에 버려져 있길래 동네 이장님을 통해 수소문해 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더라구."

"추후에라도 주인이 나타나면 돌려줘야지. 이장님한테 얘기는 해놨거든"

언니는 이미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견을 데려와 키우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 용기와 결단력이 내게는 없었다.


우리 마을 안쪽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대부분 오래된 집들이라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내가 사는 전원주택 단지에는 총 7가구가 있다.

터줏대감이신 어르신들보다 젊은 연령층들이 살고 있다.

"여기가 전원주택이라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해서 자꾸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가는 걸까?"

이웃집 언니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한 마디가 참 슬프게 다가왔다.


단연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애완동물을 잘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애완동물의 특성에 대한 공부'가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애완동물과의 평안한 동거가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사랑과 관심이 뒷받침 되어야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동물애호가는 아니지만, 경험상 그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도와주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푸들 강아지,

그 유기견은 지금 어디서 해매고 있을까?

무슨 변고라도 당한 건 아닐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자책감이 밀려든다.


*유기견, 유기묘가 없는 살만한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려는 마음이 단 1%라도 생기게 된다면

내가 유기견이 되어 배고픔에 굶주리고, 낯선 곳을 떠도는 상상을 해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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