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새로 생긴 프렌차이즈 핫도그 가게에 들렀다.
핫도그 메뉴도 수십 가지다.
아들은 아주 익숙하게 메뉴를 선택했다.
나는 메뉴를 한참 들여다봤다.
고심 끝에 가장 비싼 걸 골랐다. 아무래도 가장 비싼 게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맛있을 거 같았다.
우리가 주문을 하고 줄지어 손님이 들어섰다.
금세 가게 안이 북새통이다.
‘맛집 인가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핫도그가 나왔고, 취향대로 소스를 뿌려 먹으란다.
소스 종류도 천차만별.
이 것 저 것 소스를 뿌려대는 아들과 달리 나는 설탕에 케찹을 뿌렸다.
내가 어린 시절 먹던 핫도그의 맛을 느끼고 싶었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이 맛이 아닌데?’
알쏭달쏭한 맛에 고개를 까딱 거렸다.
분명 어린 시절의 핫도그보다 재료부터가 더 고급스러운 데.
맛은 예전만 못하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
세월 탓이겠지.
세상이 변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먹거리가 넘쳐나고
그렇게 세월이 흐른 탓이겠지.
어린 시절 밀가루 안에 아주 작은 분홍소시지를 넣어 만든
핫도그.
마지막까지 그 작은 분홍 소시지를 아껴 먹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만약 그 핫도그를 지금 먹는다고 해도
예전 그 맛은 분명 아닐 거야.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5일장을 가는 날이면
사 먹던 핫도그.
하얀 설탕을 잔뜩 묻힌 그 핫도그.
추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
며칠 뒤
남편과 5일장에 꽃구경을 갔다.
봄이 다가오면 남편은 으레 우리 집 마당에 심을 꽃을 사러가자고 한다.
난 예쁘고 화사한 꽃을 좋아하지만,
심고 가꾸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다행히 남편은 꽃을 심고 마당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많다.
프리지아, 백합, 튤립......
화사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장 구경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남편은 이지저리 구경을 하다가
1m가 훌쩍 넘는 홍도화를 샀다.
진분홍 꽃 봉우리가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홍도화.
생선, 채소, 신발, 속옷......
시장 난전에 깔린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사이 허기가 졌다.
그때였다.
눈에 들어온 건 시장 표 핫도그!
나는 어린아이처럼 냉큼 달려가 핫도그 두 개를 주문했다.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 설탕을 잔뜩 묻힌 오리지널 핫도그였다.
허기진 나는 핫도그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서 먹던 그 맛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분명 비주얼은 비슷한 데.
아~~ 그래.
세월이 흐른 탓이겠지.
세월 따라 세상도 변하고 내 입맛도 변한 탓이겠지.
세월 따라 변한 게 어디 그 것 뿐일까?
내 모습도 변하고, 내 마음도 변하고
다 그렇게 변해 가는 거겠지.
세월을 거스를 순 없는 일이니까.
세월에 겸허히 순응하고 받아들여야겠지.
과거 속으로 묻혀 간 추억들을 회상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거겠지.
과거 속으로 아련하게 사라 진 것들을 기억하며
점점
미래 속으로 걸어가야겠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현재가 아닌 과거로 남아 향수를 불러일으키겠지.
하얀 설탕 가루 묻은 핫도그.
우리는 누구나 그런 소소한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세월 지나 도저히 재연해 낼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더 가슴속에 아련하게 파고드는.
언젠가는 과거가 될 지금 이 순간이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 최선을 다해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