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2일, 일요일.
<더 이상 아침이 두렵지 않게 된 이유, 감자.>
어젯밤, 잠에 들기 전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봤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지금의 내 삶의 방식과 비슷해. 멀리서 보면 단순하지만, 실은 고장 나버린 커튼처럼 복잡해. 나 역시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이 영화의 존재가 내게 위로가 됐어.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어. 이 영화의 제목이 요즘의 내 아침을 말하고 있었거든. 반복되는 매일, 그리고 정면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불안은 인천에서의 지난 6개월 동안 이어져 왔어.
아침에 눈을 뜨면, 멀리 떨어진 가족 생각에 공허해지기도 하고, 내게 닥친 고민과 불안에 잠기기도 했어. 무엇보다도 아침마다 밀려드는 죄책감이 공허한 하루의 시작을 만들었지. 분명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온 것만 같이.
영화는 잘못된 선택으로 상처받고, 모든 게 미워지더라도 괜찮다고 말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눈물 흘리는 주인공에게, 친구는 본인 역시 그렇다며 위로해 줘. 그 장면에서, 잠시 내가 스쳐 보였어.
-“어떻게 항상 맞는 길로만 가겠어? 그게 누구든.”
소소한 것들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어.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현실을 살기 바빴어. 빈 통장을 보며 굶은 하루도 여럿 있었지. 주인공이 위로받은 이후로, 영화는 주인공의 소소한 삶을 비췄어. 요리를 도전하고, 친구와 시간을 나누고, 잠시 누워 스며드는 해를 느끼기도 해. 현실에 쫓겨 시도하지 않았던 소소한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주인공의 표정은 따듯해지기 시작했어.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의 삶이 불안하더라도 여전히 괜찮단 걸 알게 됐어. 지금은 오전엔 일을 하고, 오후와 주말엔 쉬어가는 삶을 살고 있어. 일하지 않는 시간을 마냥 걱정하고, 고민하고, 불안해하기 바빴던 이전의 나를 떠올리게 돼.
앞으로 나는 소소한 것들로 삶을 채워가려 해. 가장 먼저, 그동안 한 번도 해볼 생각조차 없었던 요리를 해보려 해. 당장의 이사가 끝나는 대로, 직접 감자를 써서 시도해 볼 거야. 감자를 선택한 이유는, 주인공이 요리하던 장면에서 잠시 등장한 감자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야.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감자는 내게 소소한 삶의 상징처럼 느껴져.
내 삶의 방식은 앞으로도 여러 번 변하게 되겠지. 그럼에도 지금 가진 삶의 태도는 잃지 않을 거야.
바쁘고 불안한 삶보다, 느려도 소소한 것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내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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