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연차, 정상인가요?
결근 후 사후 연차 올리는 문화는 적응이 안 된다
'사후 연차'라는 것이 통용되는 개념인지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다. 사후 연차가 나온 검색 결과는 노무사에게 사후 연차에 대해 문의하는 글 말고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이쯤 되면 사후 연차라는 게 일반 직장생활에서 병존하는 개념인지가 의심스러웠다.
이전에 다니던 연구기관도, 지금 다니는 연구기관에도 '사후 연차'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후 연차란, 당일 결근을 하고 그 다음날 출근해서 전날 결근에 대한 연차 기안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무단'결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본인의 직속 상사에게 결근에 대해서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를 통해 이러저러한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그날 출근을 못하겠다고 '통보'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차 활용을 계획해서 거의 모든 경우 사전에 미리 기안을 올려 결재를 받는 나로서는 사후 연차를 쓰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일단, 사용자 측이 삐뚤어지게 볼 의향이 있다면 사후 연차는 (무단) 결근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를 통해 상사에게 당일 연차를 사용하고 출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상의가 아닌 본인의 일방적인 '통보'일뿐이다. 물론 교통사고, 급성 충수염, 어린 자녀의 고열 등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피치 못하게 당일 결근하고 그 다음날 출근해서 사후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후 연차는 쓰는 사람들만 쓴다는 것이다. 지각도 하는 사람들만 지각하는 것처럼, 사후 연차 역시 일종의 습관이다. 내 입장에서는 사후 연차란 습관, 그것도 안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피치 못할 사정이 한 사람에게 한 달에도 여러 번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결국에 사후 연차를 쓰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당일 출근하고 싶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고 다음 날 출근해서 전날 결근을 없애고자 사후 연차를 쓰는 것뿐이다.
나는 묻고 싶다. 연구기관이 아닌 사기업에서도 사후 연차가 만연하여 있는지. 사후 연차가 너무 흔한 조직 내에서 한 해 연차를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내가 오히려 눈 세 개 달린 도깨비가 된 기분이다. 출근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당일 오후 반차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이해를 하겠다. 어쨌든 그 사람은 최소한 출근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후 연차를 밥먹듯이 빈번하게 쓰는 사람은 그냥 그렇게 타고난 것 같다. 그리고 빈번하게 사후 연차를 남발하는 경우에는 조직 차원에서 일종의 불이익을 선사해야지만 사후 연차 사용을 지양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