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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글 Sep 18. 2022

이직해서 좋은 평판을 쌓는 법

코로나 시대의 이직자가 살아남는 법

2020년에 새로운 연구기관으로 이직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초기에 이직해서, 조직 내에서 회식이나 공식적인 모임, 심지어 대면회의까지도 꺼리는 분위기였는데다가 재택근무도 장려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직해서 새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조직에 적응을 하려면 우선은 친하게 지낼만한 동료가 있어서 마음 붙일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사람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교류가 당시 직장 내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외딴섬처럼 나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업무를 쳐내는 일만 반복했다. 점심시간에 동료와 교류를 하는 것도 제한되었다. 식사는 연구실에서 혼자 냉동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으로  허기만 면하는 수준이었다.


일하면서 어찌 늘 좋은 날만 있겠는가. 어떤 날은 일이 버겁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갑님'인 발주처에서 갑질을 해서 억울한 날도 있고, 여러모로 힘든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이럴 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업무 스트레스가 경감될 수 있는데 나는 당시 동료가 없었다. 같은 중간관리자급 박사가 조직 전체에서 많지 않았고 내가 속한 부서에서는 상사와 석사급 연구원 밖에 없었다. 같은 처지를 토로할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부서 소속이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직장 동료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친근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직했기 때문에 굳이 전 직장에 평판을 조회하지 않는다면 나의 평판은 제로에서부터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좋은 동료를 찾기 위해서는 내가 좋은 동료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은 우선 직장의 비상연락망에 나온 모든 직원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하는 것부터 했다. 그렇게 하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친구로 등록이 되는데, 본인이 설정을 허용해 놓았다면 그 카카오톡 친구의 생일날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조직원들의 생일을 챙겨서 축하해줬다. 축하의 방법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 기프티콘과 간단한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내가 속한 센터의 연구원들은 되도록 빠짐없이 생일을 챙겼고 다른 센터의 연구원들에게도 가능한 한 생일을 축하해줬다.


코로나 시대에 이직을 한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가지면서 서로를 알아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렇 밥을 사고 음료를 사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코로나 때문에 뺏겼기에 대면 모임에서 소비할 비용을 이렇게 비대면 생일 축하 기프티콘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현 직장에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나에게 3번 생일 축하를 받은 연구원도 있다. 꾸준히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챙겨줌으로 인해서 '저 사람은 꼼꼼하고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갖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생일만 축하하는 게 아니다. 승진이나 정규직 전환, 휴직 후 복직과 같이 축하할만한 인사발령이 날 때마다 그게 나보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관계없이 축하의 의미로 꽃을 보냈다. 직장 근처에 괜찮은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꽃가게를 알게 되어서 그 꽃가게를 이용하기도 했고, 썩 괜찮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꽃가게를 알게 되어서 네이버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기도 했다. 꽃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의외의 선물에 꽤 감동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베푼 만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깡그리 지워버리는 것이다.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쓰는 비용을 비대면 축하에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손해 보는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만큼 내 좋은 평판은 쌓인다.


카카오톡이 알려주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기능, 바로 카톡 친구 생일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 덕분에 나는 여러 사람들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있었고 2년 이상 이 행동이 축적되니 직장생활의 힘든 점을 터놓고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도 자연스레 생기게 되었다.


조직 내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우선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순간에 친한 동료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호의적이고 선한 행동과 시간이 쌓여야만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을 찾 수 있고 직장 내에서의 인연이 스스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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