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이글 Sep 19. 2022

편애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만(2)

MZ세대라는 게 실체가 있는 개념일까요

나는 요즘 일하는 게 신명 난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같은 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어느 정도 성실히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불성실하고 나에게 MZ세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의 가능성을 안겨준 연구원이 퇴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지금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은 두루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그중 한 명이 유독 열심히 일한다. 프로젝트 베이스의 단기계약직 연구원인데 특정 언어를 전공한 전문가이다. 우리 프로젝트에서 해외 국가의 정부와 협업을 해야 하는 부문이 있는데 그 부문에서 연구진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은 연구원이다.


외국과의 업무이기 때문에 시차가 있어서 그쪽 시간이 낮이면 여기는 밤이고, 그쪽이 업무일일 때 우리는 휴일인 경우도 있다. 이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낮, 근무일 휴일 가리지 않고 외국과의 소통에서 보고할 건이 있으면 적절하게 연구진에게 공유하고 있다.


MZ세대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중간관리자급도 휴일에는 업무 연락을 하거나 받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노동력을 성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왜냐하면 본인의 업무는 외국과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시에 이슈를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로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고하면 곤란한 건들을 제때 보고해 주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앞서 언급했던 연구원에 비해 태도가 경직된 듯 깍듯하지는 않다. 예의를 지키지만 약간은 좀 더 캐주얼한 태도이다. 앞서 언급된 연구원에 비해 본인 이야기도 더 잘 풀어놓고 접근하기 쉬운(approachable)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성실히 일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다른 특성들도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연구원에게는 뭐가 없어도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다. 그간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조직 생활 그것도 연구원 생활을 처음 해보는 데도 눈치가 빨라서 잘 적응하는 점도 높게 사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프로젝트 기반으로 업무 계약을 한 연구원이라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연구원의 고용계약도 끝난다는 점이다. 그 점이 아쉬울 정도로 이 연구원이 업무를 나서서 챙기는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놀랍게도 지금 글에서 언급되는 연구원과 이전 글에서 언급된 연구원은 동갑이다. 그러므로 나는 MZ세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렸다. 과연 MZ세대라는 게 실체가 있는 개념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것은 개인의 특성일 뿐이지 어떤 '세대'로서 아우를 수 있을만한 특징이 있는 게 오히려 어려운 게 아닐까?


편애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과연 나는 그렇게 공평하고 공정한 사람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서 일단 통과가 된 사람은 다른 면에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그걸 보완해주고 싶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간과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장점이 있다고 해도 마음이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일단 내가 편애받는 것을 싫어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편애를 받았으면 받았지 편애를 당한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편애'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과 손해를 본 사람으로 두 집단을 나눈다면,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이득을 본 사람에 속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역으로 편애를 당할 때 더 분개해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편애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만(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