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과 평가

5년 차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의 이야기 2

by EVAN


한 해의 성과 평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2024년은 유독 불안하고 방황이 많았던 해였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평가와 실력이 반드시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죠. 평가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일 수밖에 없으며, 구성원의 연차와 업무가 각기 다르고 성과를 정량화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는 평가자의 취향과 개인적인 선호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더 나아가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는 이상 관계나 이해관계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과연 잘해낸 걸까요? 사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넘쳐나고, 채용을 진행하며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때면 스스로 부끄러워져 숨고 싶을 지경이니까요. 물론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은 분명하지만, 운 좋게도 조직 내에서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를 배정받아 잘 마무리한 덕분이겠죠. 어쩌면 조직 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서서 걷기만 해도 칭찬을 받는 것처럼요.


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특히 평가 기간이 되면 이런저런 가십거리를 접하게 됩니다. 보통 “누가 -했다더라”, “겉으로는 -해 보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이더라” 같은 이야기들이죠.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동물인 만큼 조직 내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 자체가 모순적인 존재이기에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 역시 종종 제 안의 모순을 발견하곤 하니까요. 때로는 누군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들을 때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 사람도 나처럼 불안해서 그랬겠지.” 하고 말이죠.


평가 기간이 지나면 늘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곤 합니다. 나는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까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글을 적을 때마다 ‘잘 모르겠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험과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얼마나 무지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는 건 왜일까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괴테의 파우스트 초입부 한 줄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

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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