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감정조절이다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세요. 모두 다 잘 될 거예요.” 나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말이지만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숙제같은 말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할 수록 생각의 늪에 더욱 깊게 빠지게 된다. 생각을 멈추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도 우리의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감정과 생각은 그냥 두둥실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뇌에 그냥 떠오르는 것이 생각이고, 의도하지 않아도 그냥 나도 모르게 나에게 어느날 찾아오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억지로 생각의 스탑 버튼을 눌러서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애쓰는 것이 아니다.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과 셋트로 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거나 제거할 수는 없다. 다만, 바라보고 인지할 수 있으며 수 많은 감정 중 어떤 감정을 더 많이 꺼내볼 지는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 나는 불면증이 생겨 밤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 하거나, 자다가 여러번 깨는 일이 잦아졌다. 불면증이 괴로운 것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을 넘어서서 그 시간에 머릿속이 너무 시끄럽다는 점이다. 잠에 들지 못 하는 고요한 시간에, 내 마음속은 가장 시끄럽다.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꽉 채우고 그 생각의 결론은 꼭 부정적인 곳으로 치닫게 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괴로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마음을 짓누른다.
오웰헬스의 홍승주 의사는 반복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 생각과 거리를 두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 다만, 떠오르는 그 감정중에 어떤 것에 더 많이 반응할 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게끔 진화해 왔다. 원시 시대에 적이나 맹수가 나타나면 최대한 위협에 크게 부정적으로 반응해야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생존에 유리하게끔 어떠한 상황에서 최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많이 생각할수록 부정적인 감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몰고가게끔 우리의 뇌가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생각 흘려보내기’가 필요하다. 어떤 생각을 지나치게 깊게 파고들어서 원인을 분석하면 할수록 몰입하면 할 수록 부정적 생각에 매몰되게 된다. 원치 않는 생각이 두둥실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일단 인지하자. 그리고 파고들지 말고 흘려보내는 것이 좋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저 사람은 도대체 나한테 왜 그렇게 한 거야? 사람들이 다 나를 미워하는 건가? 내 인생은 늘 되는 일이 없어.’로 흘러가는 생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내버려두기, 흘려 보내기를 위해 그 생각과 전혀 무관한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고민의 원인을 깊이 있게 탐구해서 분석하지 말고, ‘아 내가 이런 고민이 있어서 지금 불안하고 우울하구나.’ 인지한 뒤에는 그냥 산책을 가자. 또는 맛집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자. 여기서 말하는 산책, 맛집, 여행은 하나의 예시이다. 잠시 덮어두고 다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의도적으로 노력해 보자는 의미이다. 이러한 노력은 회피가 아니고 살기 위한 전환이다. 때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감정조절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