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은 홧김 비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동료는 종종 새로운 아이템을 자랑하며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어제 일하다가 너무 열 받는 일이 있어서 오늘 이거 질렀어! 플렉스 했어~! 내가 이러려고 돈 벌지. 고생했는데, 내가 이 정도도 못 써?” 그 새로운 아이템들을 보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탁상용 선풍기, 핸드폰 거치대, 텀블러 등등.. 정말 소확행에 걸맞는 작고 소소한 아이템들이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그 고생을 했는데 이 정도의 소소한 사치도 못 부리면 안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동료는 종종 카드 값이 많이 나와 짜증난다. 뭐하러 이 고생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원래 월급은 통장을 스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기분 전환을 위해 지불한 소소한 홧김비용은 티끌 모아 티끌이 아니다. 그 티끌이 다시 한 번 나를 짓누르고 옥죄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기분 전환을 잘 하는 사람이 감정관리도 잘 하게 된다. 홧김비용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한다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질까? 순간적으로 좋은 기분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지속 시간이 투자한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짧을 수 있다. 게다가,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어서 카드청구서와 함께 후회와 자책이 같이 뒤따라오게 된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기분 전환의 방법일까? 기분 전환이라는 이유로 내가 했던 행동이 또다른 기분 나쁨의 씨앗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기분 나쁨의 씨앗을 이제 그만 심어두자. 그 씨앗은 나도 모르게 나의 마음 속 숲에 구석구석 뿌려지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는 또다른 부정의 나무가 될 것이다. 이 부정의 나무를 키우지 않고 기분 전환을 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일 수록 할 일을 하자. 해야 하는 일들을 미루지 말고 차근차근 해 냈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과 개운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자존감은 긍정적인 기분을 불러온다. 내가 기분 전환하는 방법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내는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청소나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거나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그러다 보면 그 일들을 하느라 잠시동안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을 완료하고 났을 때는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는지 잊어버리거나, 생각이 나더라도 그 강도가 반으로 줄어들어 있다. 게다가 할 일들을 해치움으로써 따라오는 보상감과 만족감 이라는 긍정적인 기분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니 건강해지고, 업무를 처리했으니 일의 결과가 좋아지게 되고, 청소를 하니 깨끗해지게 된다는 좋은 일들이 덤으로 따라온다.
할 일을 미룰 때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다. 처리해야 할 업무, 숙제, 분리수거, 청소, 샤워, 설거지 등의 일상에서 꼭 해야 하지만 당장 하진 않아도 되는 일들을 미루게 되면 마음이 찜찜하다. 이런 일들은 급하지도 않고 너무나 귀찮다. 귀찮은 일은 최대한 미루고 싶다. 그러나, 미뤘을 때의 당장의 안락함을 그 귀찮음을 이겨내고 해야 할 일들을 해치웠을 때의 개운함과 성취감으로 교환해보자. 그리고 이러한 교환을 기분 전환의 도구로 사용해보자.
여기서 주의할 것은 단순히 귀찮은 것과 도저히 무기력해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아무리 의지를 내려고 해도 무언가에 의해 바닥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무기력은 우울증이다. 마음이 아픈 것이니,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방법이 잘 되지 않는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럴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기분이 조금 좋지 않고 조금 귀찮은 정도의 상태라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귀찮음이라는 그 알을 깨고 밖으로 나와 할 일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