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풍선효과

우리의 마음이라는 커다란 배의 선장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by 권서희

감정 풍선효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때론, 종로에서 뺨을 맞고도 종로에서 화를 낼 수가 없다. 종로가 어떤 대상자이냐 또 어떤 상황인가를 생각하면서 눈을 흘길 수 있어야 어른인 것이다. 화가 난다고 그 자리에서 맞붙어서 고객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부당하다고 해서 직장 상사에게 맞받아 칠 수는 없다. 누구나 사회적 가면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다. 밥벌이를 하느라 사회생활을 하느라 또는 좋은 인간관계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자 무던히 애쓰며 살아간다.


너무 오랫동안 애를 쓰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나를 더 이상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뺨을 맞았다면, 언젠가는 어디선가는 눈을 흘겨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랫동안 꾹 참고 억눌렀고 오래 누적되다 보니, 엉뚱한 대상자에게 엉뚱한 상황에서 터져 나와 버리게 된다. 일례로 직장 상사에게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억울하게 한 소리를 듣고 온 날은 그날 퇴근 후, 가족들에게 욱하고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평소라면 짜증 내지 않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인데, 본인도 모르게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고 욱하고 터져 나온 것이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 원치 않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칼날의 방향을 겨눈다. 눈을 흘겨도 되는 안전한 상대방이라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일 뒤에는 꼭 스스로 후회와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뒤따르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사는 것이 힘들어진다.


사람의 감정은 약한 쪽으로 흘러가 터진다. 억압된 감정은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표출이 되는데 엉뚱한 대상자에게 과하게 표출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풍선효과’는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되어 터진다는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부동산 등 경제적인 상황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 감정에도 풍선효과가 있다.


그림2.jpg

그림 : AI CANVA https://www.canva.com


감정을 표출하지 않기 위해 조치를 취하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새로운 감정문제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뺨을 때린 상대방 앞에서 화를 참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후배 등 ‘그래도 될 것 같은 안전한 대상자’들 앞에서 감정이 폭발한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갈등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나의 부정적 감정을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원치 않게 전이시켜 그들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또는 그 칼날의 방향이 자신이 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과음을 하거나, 폭식을 하거나, 과도한 쇼핑을 하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집착하며 계속해서 상처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지거나 하는 경우이다. 이는 모두 스스로 자신을 공격하는 행동이다. 칼날의 방향이 가족이면 가족을 아프게, 칼날의 방향이 나 자신이면 나 스스로를 더 아프게 만들게 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아파야 할까?


이처럼 감정의 풍선효과의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다. 억눌렸던 감정은 처음에 문제가 됐던 상황에서 발생했던 감정의 크기보다 폭발적으로 더 큰 크기로 표출된다. 감정의 풍선 효과를 유발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감정 풍선효과의 좋지 않은 결말을 예방하고 싶다면 감정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기 전에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3단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감정관리의 1단계는 풍선을 누른 내 뺨을 때린 곳에서 20%의 감정을 정제해서 표출하는 것이다. 화가 난다고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있다. 화를 마음껏 내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이 상황으로 인해 좋지 않다는 것을 그 상황에서 상대방에 어느 정도는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소리를 지르고 욕하며 싸우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 선 넘으셨어요. 그건 제 생각과는 다릅니다.”정도의 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내 감정의 100%를 다 표현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20%만 표현하자. 나머지 80%는 다른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상황과 관계를 그르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전혀 표출하지 않으면, 내 마음속에서 곯아 터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상대방이 똑같은 실수를 나에게 계속해도 괜찮다는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게 라도 분명히 표출할 필요는 있다.


2단계는 감정 표출을 해도 괜찮고 안전한 제3의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좋다. 공원에 가서 힘껏 달려도 좋고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러도 좋다. 뜨끈한 사우나에 들어가서 땀을 빼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우리는 이 활동을 흔히 ‘취미’라고 한다. 취미란 시간이 날 때 하는 나만의 활동인데, 한국사람들은 특별한 취미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자꾸 생략되면 내 안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을 어디에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실컷 뛰고 나니 화났던 일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내 안에서 덜어내고 해소하는 과정인 것이다. 종로에서 뺨을 맞았지만, 종로에서 다 풀지 못해도 좋다. 대신 소중한 사람이 한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운동장에서 달리기, 뜨끈한 사우나, 좋은 음악 등이 나의 한강이 되어야 한다.


3단계는 그래도 남아 있는 찌꺼기 감정을 마무리해 주는 것이다. 직장에서 화가 났는데, 달리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달리기는 부정적 감정을 반으로 줄여주는 사전작업 같은 것이다. 너무 큰 부정적인 감정은 내가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 2단계의 나만의 한강을 찾아 감정의 크기를 줄여서 오자는 것이다. 줄여진 감정은 이제 내가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다. 화를 내다보면, 나중에는 무엇 때문에 화를 내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더 많이 화가 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인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 감정이 분노일 수도 불안일 수도 공포일수도 있다.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나만의 감정 패턴을 스스로 파악해서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나만의 ‘감정 통찰 일지’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커다란 배의 선장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인다. 내가 단단히 키를 쥐고 있다면, 나도 모르게 감정 풍선효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장인 감정의 그림자, 369 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