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준 쓰레기를 내 침대까지 가져오지 말자

by 권서희

상대방이 준 쓰레기를 내 침대까지 가져오지 말자

길을 걸아가다 누군가가 내 손에 쓰레기를 꼭 쥐어 주고 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즉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면 그만이다. 왜 하필 나인지,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나에게 이런 쓰레기를 주었는지 생각해볼 필요 없다. 쓰레기를 준 상대방과 싸울 필요도 없다. 상대방은 아무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게 꼭 나라서,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거기 있었을 뿐이다. 그 쓰레기를 주머니에 소중하게 담아와서 내 방 침대에 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 침대로 쓰레기를 가져와, 쓰레기를 다시 펼쳐보고 자세히 관찰해보고 할 필요는 더욱 없다. 몇 날 며칠이고 그 쓰레기를 내 방 침대 머리맡에 두고 매일 밤 펼쳐서 꺼내 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감정의 쓰레기를 이렇게 한다.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 걱정을 가장한 비난, 내가 한 일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 이유없는 공격,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감정쓰레기통 등등... 우리는 가까운 사이에서 더욱 상대방의 감정을 무너뜨리는 실수를 한다. 오히려 사회적 관계에서는 서로의 체면이 있고 예의를 갖추다보니 적당한 선을 지킨다. 그러나 상대방과 나의 경계가 허물어진 가족, 배우자, 자녀, 친한 친구 등 가까운 사이에서 오히려 선을 넘는다. ‘친하니까 이해해줄거야. 내 마음 알겠지뭐. 다 널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나이고 내가 곧 너인데..’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마음의 울타리가 없기 때문에 더욱 쉽게 그 선을 넘어선다. 하루에도 몇개씩 감정의 쓰레기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감정의 쓰레기라고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쓰레기가 내 방 침대에 차곡차곡 모여서 쌓이다 보면 쓰레기는 썩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그 고약한 냄새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관계가 틀어지고 삶이 괴로워진다.


raccoon-8504925_1280.png 이미지:픽사베이

그래서 우리는 그 감정의 쓰레기는 받으면 그냥 그 즉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물론 상대방에게 감정 쓰레기를 받으면 내 감정도 같이 오염된다. 선 넘는 얘기를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더럽다. 그런데 그 더러운 기분에 많이 반응하지 말고 가능하면 빨리 흘려 보내자. 그 감정 쓰레기를 주머니에 오래 두지 말고 최대한 빨리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자. 우리는 원하는 감정을 조작해서 원하는대로 느낄수는 없지만, 떠오른 감정에 얼만큼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가족, 부모님, 배우자, 자녀 등 가까운 관계에서는 그 관계를 끊어버리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물론 절연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들이 있다. 상대방을 바꿀수도 없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낼 수도 없다면, 적어도 상대방이 주는 감정 쓰레기라도 빨리 처리해 버리자. 가까운 관계에서 우리는 특히 서로에게 상처주기 쉽고, 그렇다고 상대를 끊어내긴 어렵다. 물론 최악의 경우는 그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차피 상대방 옆에 존재할거라면 감정 쓰레기를 잘 관리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가 준 감정 쓰레기 관리이다. 더이상 상대방이 준 감정 쓰레기를 내 방 침대까지 가져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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