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미워해도 괜찮다

by 권서희

가족을 미워해도 괜찮다


괜찮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려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자매와 우애 좋게 지내고, 배우자와 자녀를 사랑해야 한다. ‘행복한 삶’ 하면 tv드라마 속에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하하호호 웃으며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현실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화목하기만 한 가족의 비율은 많지 않다. 허상이고 환상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그 환상을 쫓느라 우리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아가게 된다. ‘행복의 필수는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 에서 깨어나면 오히려 더 행복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어린시절 친구 집에 놀러가면 그렇게 부러운 것들이 많았다. 우리 집엔 없는 캐릭터 목욕샴푸도 부럽고, 친구 아버지가 해외 출장에서 사온 과자도 부럽고, 친구 집에 있는 강아지도 부럽고,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와 달리 상냥한 친구의 아버지도 부러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인데, 그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사실, 정확하게 캐릭터 목욕샴푸, 강아지, 과자가 부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 부러움의 진짜 이유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완벽히 갖춘 것처럼 보여서 였다. 물론, 그 친구의 집도 외국 과자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친구 아버지도 아이 친구가 왔으니 상냥했을 것이다. 우리가 돌아가고 난 뒤 친구 아버지도 엄격한 모습일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상냥할 때도 있다. 그리고 우리 집에도 내가 좋아하는 과자가 꽤 자주 있었다. 어린 마음에 괜한 부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부러움은 ‘완벽하게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에서 기인된 것이었다.


family-4799466_1280.jpg 이미지:픽사베이


우리는 이렇게 아주 오래전 어린시절부터 ‘완벽하게 화목한 가정’이라는 허상을 쫓고 갈망한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괜찮은 인생을 살기에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된다. 완벽하게 화목하기 위해, 가족을 무조건 항상 언제나 사랑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애쓴다. 가족은 24시간 365일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기만 해야 할까? 그래야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까? 가족을 미워해도 괜찮다. 어린시절 부모님께 혼나면 사실 부모님이 미웠다. 그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더 싫었고 죄책감이 크게 자리했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족마다 상황이 다르고 저마다의 가정사가 있겠지만, 가족을 미워하는 감정이 잘못됐거나 비난 받아야 하는 감정은 아니다.


세상에 모든 가족이 화목하지 않고, 모든 부모님이 자상하고 따뜻하지 않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을 미워하게 될 수 있다. 가족을 미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족이 서로 미워할 만큼 화목하지 않은 가정이어도,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꼭 불행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sns에서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 하면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이 문장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허상인지 현명한 사람들은 알 수 있다. 행복의 필수는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 가족을 언제나 사랑해야만 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더 자유롭게 내 마음을 놓아주자. 그래야 우리는 행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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