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함께하면서도 성가시지 않게
‘혼자 있고 싶은데, 같이 있고 싶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가족과는 너무 붙어 있으면 좀 떨어져 있고 싶다. 그런데 또 너무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다. 정말 이상하고 알 수 없는 마음이다. 강의를 하다보면 출장이 잦다. 월요일은 나주, 화요일은 울산, 수요일은 강원도... 이렇게 지방에서 지방으로 연속해서 강의를 하는 경우엔 집에 돌아올 수 없다. 출장을 가면 꼭 가족들이 보고싶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애틋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말에 하루종일 가족들과 집에 붙어 있으면 종종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대체 이 아이러니한 감정이 무엇일까?
가까운 사이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적당한 거리 유지’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고슴도치는 추운 겨울 서로 체온을 나누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지만, 너무 가까우면 서로의 가시에 찔려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멀어지는데, 너무 멀어지면 춥다. 그래서 다시 가까이 다가가면 따갑다.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것을 조절하면서 서로 찌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따뜻한 거리를 알게 된다.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를 가시로 찌르게 되어 상처가 난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체온이 떨어지고 추워지게 되는 것이다.
연인 사이에 자주 다투는 단골 소재는 바로 연락 문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제일 것이다. ‘왜 이렇게 연락을 안 해? 주말엔 무조건 만나야지. 나 안 보고 싶어?’라는 입장을 가진 사람과 ‘아무리 널 사랑해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라는 사람은 다툴수 밖에 없다. 잔잔한 호수같은 평화로운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계에서의 거리 조절이 필수이다. 그리고 혼자 있을때도 외롭지 않게 나 자신과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지 못 하는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늘 외롭다.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혼자서도 충만하게 자립해야 누군가와 함께 해도 행복할 수 있다. 또, 같이 있을 때도 서로 성가시지 않게 서로를 배려해주는 적당한 거리와 선을 깨달아야 한다. 꼭 연인과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든 친구든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 수록 거리를 잘 조절해야 그 관계가 오래 갈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마음도 관계로 인해 다치거나 깨지지 않을 수 있다.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거리 조절이다. 고슴도치들처럼 우리도 너무 가까이 붙어서 서로 가시로 찌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 외롭고 추워지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