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최근에 지방 출장으로 인해, 일주일 내내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 했던 때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연수원은 인적이 드문 산 속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넓고 대중교통이 모든 지방간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강의 스케줄이 짜여진 주에는 집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보통 강의는 아침 9시에 시작되어서 오후 6시에 종료가 된다. 그러면, 강사들은 밤에는 운전을 해서 지역을 이동해야하고, 숙소에 밤 10시~11시에 도착해서 다음 날 강의를 준비하거나 밀린 교재 작업을 한다. 새벽 1~2시쯤 잠에 들고 다시 다음날 강의를 위해 아침 6시쯤엔 기상한다.
유난히 일정이 빡빡한 시기가 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그저 잠만 자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방금 한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맛이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며칠 출장을 다녀오면 온 몸에 염증이 생겨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요즘엔 운전을 너무 오래 하면 허리가 아파서 아침에 눈을 뜰 때 눈물이 난다. 몇 년 전 강의장으로 이동 중 교통사고가 났지만, 아픈 허리를 참고 강의를 한 이후에 생겨난 후유증이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정말 열심히 전국의 강의장을 달렸다. 어느 순간,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가족들 얼굴도 보지 못 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다.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내가 하는 일에 감사했고,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도대체 그 감사함과 인정을 어떻게 행복으로 연결해야 할 지 막막해졌다. 행복하려고 달려온 나의 시간이 오히려 행복과 더 멀리 멀리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아이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아이는 이제 아빠 엄마랑 여행가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한다. ‘언제 이렇게 다 커 버렸을까?’ 일을 하느라 아이의 예쁜 시절을 옆에 있어 주지 못 한 채 다 지나버렸다. 요즘 가끔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찾아 보는데, 묘하게 슬픈 감정이 든다. 그립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꼭 안아주고 하루종일 아이와 붙어 있고 싶다. 내가 열심히 전국을 달리며 강의한 것은 물론 내 일에 대한 책임감과 인정욕구 였겠지만, 그건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다. 잘 살아보려고 했던 노력들이 방향성을 잃는 순간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 두번쯤은 경험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행복이란 현재에 누려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희생하면 언젠가 미래의 먼 훗날에 트로피처럼 거머쥐게 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취업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이 시험만 합격하면 나중에 행복을 누려야지.’ 하는 먼 미래의 행복에 대한 약속부터 ‘퇴근하고 집에 가면 행복해질거야.’하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행복도 예약제로 운영된다. 왜 우리는 지금 당장 행복할 자격이 없는 걸까? 내가 꼭 취업을 해야지, 그 시험에 합격해야지, 저 집을 사고, 저 차를 사고, 어떤 성공을 해야만 행복할 자격이 생기는 것일까? 막상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 생각보다 그 행복이 대단히 크지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행복을 별 것 없다. 나에게 행복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순간이다. 우리집은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아침에 각자 운동을 마치고 점심에 가족들과 모여 배달 음식을 먹는 루틴이 있다. 그 시간이 사실 가장 행복하다. 나의 일상에서 어느 순간이 가장 행복한지 떠올려 보자. 하는 일이 대단히 잘 되었을때 느끼는 성취감이나 오랫동안 꿈꾸던 목표가 달성 되었을때 보다 배달음식 먹으며 넷플릭스 볼 때 더 행복하진 않은가? 나라는 인간은 소박한 일에 크게 행복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이다. 동네 뒷산만 올라도 행복해진다. 근데, 자꾸 대단한 행복을 좇느라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진짜 행복들을 자꾸 놓친다. 사회가 정해준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 행복해진다는 환상 말고, 내 진짜 행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