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무렵 꾼 꿈이 있다.
꿈속에서는 곧 지구가 멸망한다고 했다.
소행성이 충돌하는 걸 수도 있었고, 기후변화로 온갖 자연재해가 들이닥치는 걸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지구의 멸망은 거의 확실했는데
그 사이에서 NK와 나는 아이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우리는 동네 문방구에서 캐치볼 세트를 샀다. 글러브가 두 개와 야구공 하나, 쓸모없는 배트도 하나 딸린
너른 잔디밭을 찾은 우리는 글러브를 끼고 공을 주고 받았다.
배트를 쓰지는 않았다.
휘두를 만한 공을 던지는 것도, 그만한 공을 쳐내는 것도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다만 캐치볼을 했다. 끊임없이 공을 던지고 받으며
그 순간에도 지구의 멸망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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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의 상황 역시 그 꿈과 비슷한 것이었다.
NK는 2020년 2월에 작고 낡은 건물에 아담한 카페를 개업했다.
그 후 코로나가 그녀의 작은 가게를 집어삼켰다.
나는 2021년 2월에 글을 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내 꿈이 내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2021년 4월, 나는 중구에 한달에 15만원짜리 작업실을 빌렸다.
그 동네에서 나는 NK를 만났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고,
다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캐치볼을 하자,
우리 그렇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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