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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Jul 30. 2022

우리끼리만 읽는 거 아니죠?

백수로그 EP 09


 브런치. 올해 초 뭣도 모르고 '회원 가입인가?' 하며 작가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이후 이곳에는 진입 장벽이 있으며, 브런치의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강좌가 따로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다행히 한 번 더 낙방 후 브런치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이제 곧 유명 작가가 되는 상상을 하며 배우자와 냉삼 파티를 벌였다.


 내가 브런치에 기어 들어온 이유는 이렇다.


 우선 블로그의 과한 친절에 조금 지쳤달까? 'OO 맛집'을 검색하면, 찾아가는 길을 상세히 알려 준다. 코너를 돌 때마다 현장 사진을 제시하고, 화살표까지 그려서 헛걸음을 차단한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식당에 대한 감상은 대체로 '존맛'. 찾아가는 방법이야 한 두 명이 알려주면 충분한데, 중복되는 가이드가 너무 많이 쌓여있다.


 그리고 나는 사진보다는 글을 좋아했다. 오래전 유행한 싸이월드에도 '사진첩' 보다는 '게시판'이라는 공간에 더 애착을 갖고 흔적을 남겼으니까. 내 비록 평균 이하의 글재주를 가진 사람이지만, 사진보다는 글이 좋아 지금도 글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남기고, 어떤 줄기를 모아보고 싶어 정착했다.


 다만 글을 쓴다는 게 과연 이 시대에 어울리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사실 대중은 중2병 마냥 말이 많은 아재의 글을 읽으러 다니진 않는다. 실생활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블로그나 카페에 있고,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은 유튜브가 다 집어삼킨 지 오래다.


 얼마  나의  '군산 일흥옥' 다음 일면에 노출되었다. 난생 처음보는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과연  명이나 끝까지 읽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면 사진은 거의 없고 미주알고주알 예찬론만 늘어 놓았으니 말이다. 당장 이번  군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글을 찬찬히 읽고 있을 여유는 없을  같았다.




 활자 형태의 개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최우선이라지만, 나는 사람   모르는 에디터를 만나 출간까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브런치에는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뿐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방귀  뀐다는 분들이 많다. 거기에  같은 백수들까지 얘기  들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가는 길은 무척 좁아 보이는데,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겐 하나의 철칙이 있다. 자고로 남이 좋아해 줘야 의미가 있다고. 그냥 개러지에서 자기들끼리만 즐길 목적이라면 녹음할 필요도 없고, 공연을 할 이유도 없다. 실력이 늘어 "네가 장고보다 나아."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거기에 만족할 연주자는 없다. 술자리에서 만난 미정이라도 좋아해 줘야 좋은 거지.


 나는 나의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 걸 원치 않는다. 계속 써 볼 것이고, 다른 백수들 보다는 조금 더 잘 읽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 이야기의 끝을 맺어보고도 싶다. 최종적으론 ‘글로 돈을 벌어 봤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기적이며 실속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자신이 없어서 무명의 작가들께 묻고 싶다.

 이거 우리끼리만 읽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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