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시 기행 04
전주의 볼거리는 사실 한옥마을 딱 하나다. 명소를 검색하면 모두 한옥마을에 걸쳐있다. 전동성당, 경기전 등이 모두 그곳에 있고, 풍남문이나 남부시장도 불과 몇 백 미터 거리라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한옥마을 한 바퀴 돌아보면 볼거리는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둘러보기 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사전에 공부를 좀 한다면, 더욱 유익한 관광을 즐길 수 있겠다.
하나 아쉬운 것은 한옥마을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오래된 가게들이 많았다. 현장에서 직접 만든 신발을 파는 곳도 있었고, 한지로 제작한 전등갓을 판매하던 가게도 있었다. 모두 내 취향에 맞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가게들이어서 기억한다. 이제 한옥마을엔 트렌드에 따른 새로운 곳들만 늘어난 듯했다. 가령 나에겐 의미 없는 액세서리 가게들이 너무 많다. 여기나 저기나 파는 게 다 비슷비슷하다.
이런 얘기가 매우 섣부르다는 건 안다. 전주 토박이들에겐 벌써 몇 번이나 강산이 바뀌었을 텐데, 꼴랑 대여섯 번 와본 외지인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건 우스운 이야기다. 하지만 '한옥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조금은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더 전주다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전주는 이런 아쉬움을 뒤집고도 남을 것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전주의 음식은 정말이지 매년 찾을만한 매력이 충분하다. 전주여행 계획을 세울 땐 매 끼니 무엇을 먹을지를 미리 점찍어 둔다. 아침은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중 어디에 갈지 택해야 하고, 점심과 저녁도 그 숱한 맛집들 중 어디를 갈지 고민한다.
실제로 전주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전주에서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기사님께 맛있는 집 추천을 부탁하자, "식당 안을 봤을 때 두 테이블 이상 사람이 있으면 들어가세요. 그럼 다 맛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마 전주 사람에게 "경기전 별거 없던데요?"라고 하면 시큰둥해도, "전주에서 맛있는 걸 못 먹어봤어요."라고 한다면 발끈할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어디서 뭘 먹었길래 그런 망발을 하는지 역으로 캐물을 것이다.
전주에는 카테고리별로 대단한 음식점들이 포진해있다. 전주 사람은 잘 먹지 않는 전주비빔밥, 해장의 정석 콩나물국밥, 순대에 미친 자들이라면 꼭 찾는 피순대, 저렴한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가맥집들까지. 그리고 평범한 메뉴지만 전주에서 인정받으며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로컬 식당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난 퇴사하면 전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맛집이 무척 많다.
이번 주에 배우자와 다시 전주를 찾았다. 오원집을 처음 찾은 배우자는 매우 흡족해했고, 재즈 앨리라는 근사한 식당에서 재즈 공연도 봤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글로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