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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Aug 06. 2022

매년 전주를 찾는 이유

우리 도시 기행 04

 전주의 볼거리는 사실 한옥마을 딱 하나다. 명소를 검색하면 모두 한옥마을에 걸쳐있다. 전동성당, 경기전 등이 모두 그곳에 있고, 풍남문이나 남부시장도 불과 몇 백 미터 거리라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한옥마을 한 바퀴 돌아보면 볼거리는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둘러보기 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사전에 공부를 좀 한다면, 더욱 유익한 관광을 즐길 수 있겠다.


TripAdvisor에서 검색한 전주의 명소. 우측 밀집 지역이 한옥마을.


 하나 아쉬운 것은 한옥마을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오래된 가게들이 많았다. 현장에서 직접 만든 신발을 파는 곳도 있었고, 한지로 제작한 전등갓을 판매하던 가게도 있었다. 모두 내 취향에 맞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가게들이어서 기억한다. 이제 한옥마을엔 트렌드에 따른 새로운 곳들만 늘어난 듯했다. 가령 나에겐 의미 없는 액세서리 가게들이 너무 많다. 여기나 저기나 파는 게 다 비슷비슷하다.


 이런 얘기가 매우 섣부르다는 건 안다. 전주 토박이들에겐 벌써 몇 번이나 강산이 바뀌었을 텐데, 꼴랑 대여섯 번 와본 외지인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건 우스운 이야기다. 하지만 '한옥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조금은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더 전주다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전주는 이런 아쉬움을 뒤집고도 남을 것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전주의 음식은 정말이지 매년 찾을만한 매력이 충분하다. 전주여행 계획을 세울   끼니 무엇을 먹을지를 미리 점찍어 둔다. 아침은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어디에 갈지 택해야 하고, 점심과 저녁도  숱한 맛집들  어디를 갈지 고민한다.


 실제로 전주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전주에서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기사님께 맛있는 집 추천을 부탁하자, "식당 안을 봤을 때 두 테이블 이상 사람이 있으면 들어가세요. 그럼 다 맛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마 전주 사람에게 "경기전 별거 없던데요?"라고 하면 시큰둥해도, "전주에서 맛있는 걸 못 먹어봤어요."라고 한다면 발끈할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어디서 뭘 먹었길래 그런 망발을 하는지 역으로 캐물을 것이다.


 전주에는 카테고리별로 대단한 음식점들이 포진해있다. 전주 사람은 잘 먹지 않는 전주비빔밥, 해장의 정석 콩나물국밥, 순대에 미친 자들이라면 꼭 찾는 피순대, 저렴한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가맥집들까지. 그리고 평범한 메뉴지만 전주에서 인정받으며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로컬 식당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난 퇴사하면 전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맛집이 무척 많다.


 이번 주에 배우자와 다시 전주를 찾았다. 오원집을 처음 찾은 배우자는 매우 흡족해했고, 재즈 앨리라는 근사한 식당에서 재즈 공연도 봤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글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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