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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Aug 09. 2022

전주 최초의 야식집

우리 도시 기행 05

 전주에 내려가는 날은 늦게라도 서 일박을 더 하는 편이다. 직장 다닐 때도 퇴근  기어코 내려갔었다.  이유는 바로 오원집에 가기 위해서다.

 그곳은 야식집이라는 타이틀처럼 저녁에 열어 새벽까지 운영한다. 돌림병 이전에는  늦게까지 했던  같은데, 현재는 새벽 3 반에 문을 닫는다. 이름에는 여러 썰이 있다. 워낙 싸게   걸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막걸리  잔에 5 원이라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다만 현재 업주는 '래도록 기억되길 하는 '으로 밀고 있는  같다. (또한 전국 최초의 야식집으로 홍보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같다 :-)

 처음 전주에 오기  전주 맛집을 검색해봤다. 소문답게 여러 식당들이 보였지만,  오원집의 메뉴 구성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곳은 없었다. 고추장 양념을  연탄불에 구운 돼지고기에 김밥을 올려 상추쌈을  먹는다...  맛을   같기도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생소한 조합이었다. 사실은 김밥만 빼면 우리 모두가 아는 ' '  텐데,  김밥의 존재감이 궁금했던  같다.

 먼저 자리를 잡으면 오뎅 국물  사발이 나온다. 오뎅이 기가 막힌  아니지만   안주로 삼기엔 아쉽지 않은 정도. 그리고 공식 메뉴처럼 고추장 돼지구이에 김밥을 주문. 상추에 김밥을 하나 깔고, 고기  점에 마늘과 쌈장을 올려 먹는다.  맛은? 기가 막히다. 별거 없는데 맛있다. 참기름 향이 가득한 김밥은 상추쌈 안에 들어갔을  이질감이 없다. 오히려 김밥의 야채가 씹는 맛을 돋우는 기분이다.


오원집, 전주, 2022


 거기에 전주의 야식집답게, 그 외 메뉴도 매우 훌륭하다. 가락국수는 출출한 속을 채우기에 제격이고, 이번에 처음 먹어본 오징어볶음은 남은 양념에 밥 비벼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실제 비빔용 소면도 판매하니 추가할 수 있다. (우린 너무 배불러서 포기했다.) 그리고 단골들도 다 먹어보지 못할 만큼 메뉴는 많다. 이런 거 보면 야식집 맞다.

 오원집은 단품으로 승부하여 전주를 대표한다고 할만한 집은 아니다. 누군가는 삼겹살도 아닌 전지에 양념 발라 구운 걸로 맛집 운운하는 게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원집에 가보면 나이 지긋한 할배들, 그리고 친구들끼리 어울려 온 젊은이들이 골고루 섞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나 같은 관광객도 한 두 테이블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합인가?!

 야심한 밤 전주에 도착하거나, 다 먹고 들어가는데 딱 한 잔이 아쉬우면 찾아보길 권한다. 택시 기사님께 오원집 가자고 하니 "여기분이세요?"라고 물은 걸 보면, 아직은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그들의 맛집임이 확실하다.


참고로 오원집 바로 앞에는 같은 메뉴를 파는 진미집도 있다. 하지만 난 오원집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한 번도 가보진 않았다. 물론 오원집도 나에게 그런 뜨뜻미지근한 감정이 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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