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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쓰는 편지

엄마의 소식

by dearcomma

아빠, 잘 지내요?

그곳은 어때요?


아빠에게 편지를 쓴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지만

언제 한 번은 편지를 띄우고 싶었어요.


아빠, 아빠는 아마 엄마의 소식이 가장 궁금하겠죠?

아빠가 지금 우리 곁에 계셨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따금 상상하는데,

어느 날 엄마를 보니

엄마도 그때와는 정말 새로운 모습으로 지내고 계시더라구요.


엄마는 요즘 트로트 가수에 빠졌어요.

한국이 트로트 열풍이라, 아주 열정적인 어머님들만큼은 아니지만

트로트 경연대회 프로그램에 푹 빠져

응원하는 가수도 있답니다.


클래식이나 성가곡이 아니면 다른 음악은 듣지 않던 엄마인데,

트로트를 듣고 응원하는 가수에게 투표하라고 카톡 하는 엄마가

우리는 낯설지만 신기하고 너무 귀여워요.


아빠, 엄마는 우리가 어릴 적 워킹맘으로,

성악가, 아티스트로 우리에게 정말 독립적이고 멋진 여성이었는데

지금은 혼자가 되시면서,

엄마가 아빠에게 참 많이 의지하고 사셨구나.

날이 갈수록 더 느끼게 돼요.


엄마는 아직도 아빠를 많이 그리워하고

아빠를 필요로 해요.


엄마는 시간을 혼자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려워해요.

엄마는 취미가 없어요.

엄마의 취미는 아빠였나 봐요.


참, 그리고 엄마는 우리가 어릴 때와 다르게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세요.

엄마가 많이 노력했고, 지금은 우리와 속 얘기도 주고받는답니다.


우리 잘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나 큰데,

우리를 응원하고 있을 아빠를 떠올리며 씩씩하게 사이좋게 지내려고 해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아빠가 항상 그리워요.

종종

우리 꿈에

나타나서 우리를 안아주세요.


다음에 또 쓸게요.

잘 자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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