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하루의 프롤로그
월요일 아침 6시. 오늘도 침대 아래 아슬하게 놓여진 휴대폰에서는 징 하고 알람이 울린다.
반사적으로 알람을 해제하고 잠시동안 상황을 파악한다.
아 출근하는 날이지. 정신은 깨었지만 몸은 당장 일으켜지지 않는다.
쿠션에 비스듬히 기댄채로 손가락으로 의미없이 휴대폰 화면을 넘긴다.
어느덧 6시 20분. 지금 걷지 않으면 잠시후에는 뛰어야한다. 번쩍 일어나 거실로 향한다.
샤워기에 물을 튼다. 쏴 하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체중계에 올라 체중을 확인하고는 샤워부스로 향한다.
새로 산 자몽향의 바디워시가 꽤 마음에 든다.
레몬빛의 얇은 여름용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강 닦아내고 방으로 들어간다.
9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덥다. 씻고나와 개운하긴 하지만 습한 공기가 부담스럽다. 선풍기를 트니 한결 낫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수건으로 고정한 후 화장을 시작한다. 화장은 단출하다.
파운데이션을 스펀지에 묻혀 펴바르고 아이브로우로 눈썹을 그려준다. 뷰러로 속눈썹을 올린다. 블러셔는 필수다. 몇번의 분홍빛 터치가 다행히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마음에 든다.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칼은 에어랩으로 살짝 웨이브를 준다.
음 지금이 몇시나 되었지? 7시에는 아이를 깨워야한다. 아이가 잠들어있는 방문을 살며시 연다. 오늘도 잠옷원피스가 배까지 올라가있는 채 곤히 자고있다. 깨우자니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지금 깨우지 않으면 이따 한소리를 들을게 뻔하다. 부드럽게 다리를 터치한다. 어젯밤 늦게 잠이들어 더 자고싶을텐데 아이는 고맙게도 항상 투정하지 않고 웃으며 일어난다.
아이가 샤워를 하는동안 간단히 아이가 먹을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은 간단하다. 밥과 계란요리를 포함한 간단한 반찬 한두개. 어차피 이것저것 차려줘도 아침엔 잘 먹지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데 몇년이 걸렸다. 그 후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준비를 마친 아이가 부엌으로 와 식사를 시작하면 이제 아침의 임무는 거의 끝이다.
안방으로 들어와 어제 자기전 누워서 생각해둔 옷으로 갈아입는다. 오버핏의 흰티와 파자마 반바지는 한쪽에 벗어둔다. 살구톤 그라데이션의 반소매 니트와 살짝 라인이 들어간 청바지.
조금 전까지 부엌의 브론즈경에 비친, 도무지 어울리지 않던 헤어와 메이크업이 이제야 제대로 의상과 매칭이 되는 느낌이다.
벌써 아침부터 대단한 무언가를 끝낸듯한 산뜻한 기분. 아직 식사를 하고있는 아이와 몇 번이나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선다. 9.8.7... 엘리베이터가 왔다. 어제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1초쯤 생각한 후 자신있게 B1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보이는 벽면을 가득채운 거울에 슬쩍 내 모습을 훔쳐보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익숙한 빨간색. 다가가 차 문을 연다.
부앙 악셀을 밟으며 지상으로 올라가자 오늘의 햇빛이 차 안을 밝힌다. 마치 암막상태에서 시작을 알리는 조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