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조각들_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와 호두까기인형

by 아이리스

바야흐로 사랑의 시즌,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이브, 평소보다 이른 퇴근을 하고 가족들과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보기위해 공연장으로 향한다. 저녁 7시 30분 공연이지만 일찌감치 집을 나서는건 오늘같은 날 붐비는 인파 속에서 서두르고싶지 않아서다.


공연장에 주차를 하고 근처 카페로 이동한다. 차를 마시며 집에서 챙겨온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으며 마음을 담아본다. 저녁식사는 같은 건물 내 스시가게다. 두툼한 연어가 올라간 초밥이 꽤 만족스럽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몸짓만으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하나 하나의 동작을 완성하기위해 노력했을 무용수들의 숨은 노력에 경외심이 든다. 공연을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단어는 '황홀하다'이다. 일상 속에서 황홀하다는 감정을 느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십년도 더 전에 이 공연을 처음 보고 나오는 길에 앞으로 매년 같은 공연을 볼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뒤로 여건이 될때면 보러가곤 한다. 공연장 내에서는 호두까기인형을 판매하는데 아이와 함께할때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념삼아 하나씩 모으고 있다. 나중에 아이가 컸을때 우리가 함께보낸 순간들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공연장 내에는 판매부스가 없어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인형을 주문한다.


다음날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집에 손님 한명이 도착한다. 파스텔 톤의 호두까기인형. 크리스마스 선물이기도 하다. 올해 아이는 산타의 진짜 존재를 눈치챘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치에 맞지 않다고 느꼈나보다.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 우리가 자는 사이에 문을 열고 들어와서 선물을 놓고 간다는 가설은 머리가 커버린 아이에게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확답을 들은 아이의 눈가에는 이내 눈물이 고였고, 그동안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냐는 원망을 들어야 했다. 이로써 약 십년간의 산타 역할의 임무를 마쳤다. 이제 더이상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가 잠들때까지 기다렸다 트리 밑에 선물을 놓지도, 산타인척 편지를 쓰지도, 그리고 산타에게 주려고 준비한 간식을 대신 먹지 않아도 된다. 다만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밑에 놓인 선물을 확인하며 짓는 함박웃음을 더이상 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크리스마스에서 꼭 일주일만 지나면 1월 1일 새해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아쉬움과 기대의 교차점에 있다. 2025년의 남은 날들을 두손으로 꼽을 수 있게된 지금, 지나가는 해는 마음껏 아쉬워하고 다가올 새해는 두팔벌려 환영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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