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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Jun 18. 2023

그립지 않은 고향

보통의 시선이 불편할 때

내겐 그립지 않은 고향이 있다. 30년 동안 내 주거지였던 곳이다. 그곳에는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과 부모님이 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서 결혼을 계기로 고향과 한 시간쯤 거리를 두고 산다.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한 나는 내가 생각해도 고향에 대한 보통의 시선을 갖고 있지 않다. 보통은

“그리운 고향”이라고들 말하니 말이다.

오늘 그립지 않은 고향을 다녀왔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지내시는 집과 땅이 있다. 가는 길에 익숙한 풍경이 보이면 안도감이 들어 편안하다. 그러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은 아니었다. 익숙한 건물에 대한 안정감이 들지만 곳곳에 회한이 묻어 있다. 부모님을 뵈러 간 곳은 고향 땅 한 부분에 작게 농사를 지으며 지내시는 농막이었다. 익숙한 장소이지만 그 땅이 소유되는 과정부터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켜지는데 필요했던 충돌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지내시는 집도 비슷한 시간 동안 지냈던 곳이지만 그곳이야 말로 상처 전시장이다. 말이 많지만 다정하지 않은 아빠, 다정하지만 무뚝뚝한  엄마와 지낸 시간들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보통의, 아주 평범한 삶을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 내게 이런 묘한 감정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추고 싶은 한 가지이다. 오늘은 꾸역꾸역 감추는 것을 멈추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도 그리운 고향을 갖고 있나요? “

내 정서적 허기의 원인을 또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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