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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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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ug 22. 2023

교사 일기

1.

한 아이가 학교에 못 온다. 오늘도 내일도 영영 못 올 예정이다. 친구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말 못 할 사정으로 예고 없이, 흔한 어느 날이 마지막이 되었다.


급작스러운 이별이 교사의 인생엔 종종 있다. 중년이 되면 뭐든 태연해질까 싶었는데 이별은 여전히 피하고 싶은 한 가지다.


복도에서 장난으로 친구에게 실내화를 던지려던 아이가 천장으로 던지게 되어 천장에 구멍을 뚫었다. 옆반 아이는 사물함 문을 열어놓고 발로 닫는 놀이를 하다가 결국 부쉈다. 놀이는 기물파손으로 이어져야 끝이 난다.


진학 상담 중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가 있었다. 나와 상담한 수도 없이 많은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교사였것만 오늘은 그 말이 참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 녀석은 뉴스도 안보나’ 싶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퇴근길이라 좋았다. 잔뜩 흐린 하늘이어서 나 하나쯤 흐린 표정을 지어도 아무도 모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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