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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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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Mar 22. 2023

오늘은 말하기 싫어요.

청소년과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는방법

1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평소 하트를 두팔로 만들며 걸어다니는 c가 엎드려 있었다. 2주 관찰해본결과 쉬는시간엔 그리 애교 있으나 수업시간엔 에너지가 낮은 모습의 아이였다. 수업이 시작되면 보통 허리를 펴고 앉는데 어라? 오늘은 수업이 중반으로 넘어갈 무렵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 일어나라고 하고 학습지에 작성하게 안내했지만, 쓰지 않는다. 교탁 옆 책상으로 나오라고 하고 학습지를 쓰게 했다. 어두운 아우라를 달고 나와 교탁 옆 책상에 앉는다. 학습지를 작성하라고 하니 미동도 없다.

“펜 어딨어”

“여기요.( 교탁안에 있는 볼펜을 뽑아든다)”

필통이 없는건가?…

다른친구의 발표내용을 요약해서 받아적는 순간에 적지 않는다.

“C야 써야지, 1번 내용은 뭐라고 적으면 될까?”

“몰라요”

“1번 내용은 뭐라고 적으면 될까?”

“몰라요”

“1번 내용은 뭐라고 적으면 될까?“

“…… (물끄러미 나를 본다,나도 C를 물끄러미본다)”


그제야 쓰기 시작했다. C의 어두운 아우라의

이유를 알지못했지만 “나 건드리지 마”를 온몸으로 뿜고 있으면서도 내 의도는 알았다는듯 학습지를 겨우겨우 써줬다.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불러냈다.

“아침에 무슨일있었어?“

“(절레절레)”

“어제 게임했어?”

“(절레절레)”

“말하기 싫어?”

“(끄덕끄덕)”

말을 안한다. 웬 어리광인가 싶지만

아이의 양팔을 붙들고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니가 말하기 싫으면 더 묻지 않을게, 오늘 니가 무슨일이 있었던 선생님 때문에 화난게 아니지? 그러니 선생님 수업에서 이러면 안돼!”


다음날

C를 마주쳤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어제 왜그런거야?

“아빠하고 아침에 싸우고 학교와서 샘한테 혼났어요.”

“왜 혼났어?”

“저기 올라갔다고요”

“어제 니가 기분 안좋아 보여서 내가 한발 물러난거다 오늘은 기분 좋으니 샘좀 도와줘”

C를 데리고가서 특별실 정리를 시켰다. 흔쾌히 대답하고 흔쾌히 도와준다.


내가 아이들과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 지내는 방법이자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해서 지도하는것이 규칙에 예외를 만드는건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왜 봐주냐고 불만을 갖는 아이가 생길까봐 각자의 사정을 듣지않으려 할때도 있었지만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 일관성이 없었다.


이제는 아이들 모두에게 내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정 부터 묻는 사람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사람

 미움 받을 용기를 가진 사람 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혼을 낼줄 모른다.

지나친 허용이다.

애들이 안무서워한다는 식으로 불만을 갖겠지만 뭘 모르는 말씀.


난 혼낼 기회를 늘 노리고 있는 기회주의자이다.

오늘 놓친 기회는 반드시 언젠가는 온다. 인생의

경험이 말해줬다. 모든 문제 상황이 사실은 알려줄 수 있는 기회다.

오늘이 혼낼 기회가 안된다면 내일 혼내면 되지!

기분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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