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수 Aug 28. 2023

교사일기

3

내가 올림픽보다도 열정적으로 보는 경기가 있다. 바로바로 교내 스포츠 클럽대회이다. 점심시간 펼쳐지는 반대항 피구 경기인데, 선수 전원이 눈에 익은

아이들이니 마냥 재밌다. 점심 먹기도 바쁜 귀한 점심시간에 굳이 경기를 보러 체육관으로 향했다.

양쪽팀 모두 내가 수업하는 반이다. 체육관에서 만난 각반 담임 선생님들에게는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며 중립을 선언하고 경기에 빠져든다.

“슛! 잡아! 안돼! 어머!” 이런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신나게 경기를 관람한다. 다리가 아파 앉아서 관람하니 성에 안 차 벌떡 일어난다. 여학생 경기가 끝나고 박진감 넘치는 남학생 경기가 시작됐다. j가 공을 가지고 뛰어다니며 아이들을 몰아 공을 던져 경기 분위기를 한껏 업시켰다. 교실 안에서는 아주 나를 머리 아프게 했던 녀석이다. 말만 하면 어디서부터 고쳐줘야 할지 몰라 어느 정도는 모르는 척 참아줘야 하는 아이다. 체육관에서는 가르쳐줄 것 없이 아주 신나게 날아다녔다. 운동은 내가 j에게 배워야 할 판이었다. 그런 모습을 두고 빛이 난다 할 것 같았다. 결국 j가 속한 팀이 승리했고 j가 mvp로 뽑혀 거창하게 수상 소감을 말했다. 모든 경기와 수상소감까지 전 학년 각반으로 영상 송출 되던 중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이긴 반 6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이미 아이들 눈빛은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아! mvp소감 잘 들었습니다. 아주 빛이 나던데? 그리고 y랑 콤비 너무 좋더라”

그랬더니 아이들이 웅성웅성했다.

“선생님 j랑 y는 비즈니스 관계예요. 둘이 정말 손절했는데 피구 할 때만 서로 맞춰한 거예요.”

크하하하 y는 교사에게 잘못하고도 2-3시간을 상담해도 사과를 안 하겠다 버티는 녀석이다. 그렇게 버티고는 혼자 삐져서 한 달을 삐죽 대는 녀석이 손절한 친구 외 팀워크를 보여 경기를 해냈다고? 솔직히 매우 기특했다. j에게 배움은 운동 안에서 수월해지나 보다.

j의 이야기가 일단락 끝나고 모둠활동 중에 여리한 h에게 “너 끝까지 남았지?”라고 물었다.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운동 잘하는지 몰랐다고 하고 h는 운동 못하는데 자기도 어떻게 남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야기가 연결되었고, h와 첫 대화였다.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서로 알아봐 줄 때 한층 더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사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