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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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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ug 30. 2023

교사일기

4

“여보는 학교애들만 애들이고 우리 애들은 안. 보. 여. 요.?!”

아이들을 모두 재운 어젯밤 남편에게 들은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사람이던가. 나는 두 아이 모두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고집하고 천기저귀를 사용하며, 자기 주도 이유식을 거쳐 미디어 노출을 만 3년 동안 금지하며 4년이란 육아시간을 보냈다. 남편포함 주변에서 나를 보면 유난스럽지만 그 모습이 고집스럽다 못해 진지해서 만류도 어려워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충실했고, 그건 아이를 낳은 부모의 책임감이었다. 누구에게 보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남편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그런 내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발단은 내가 우리 반 피구경기에서 진 게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말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학교 얘기부터 했다.

“여보 내가 우리 반 피구 경기가 지는 순간에 정말 나도 속상하더라. 이런 감정이 신기했어.”

“애들하고 동기화되어 있나 보지”

“내가 너무 학교업무에 빠져 있는 걸까?”

“응 업무를 좀 요령껏 해. 애들도 있으니 학교에서 에너지를 좀 아끼고 집에 와서 우리 애들하고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 자주 피곤해서 집에서 졸고 있는 모습 보면 아쉬워 “


흠흠. 눈물 한번 닦고.

억울하다.

억울하다.

억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일은 지식 노동보다는 감정노동의 비중이 크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지식의 양만큼은 아니 그보다 더 인간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때로는 공사 구분이 애매해져 경계를 넘나드는 일도 있다. 남편은 학교일과 우리 가족이 파이를 나눠먹고 있는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내 진심을 몰라주는 남편에게 섭섭했지만 그것이 교사라는 직업의 일면이라는 인정을 하게 되었다. 업무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니 가랑비에 옷 젖듯 마음을 쏟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와 있기도 하다. 인간적이면서도 어려운 직업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주는 사랑과 행복감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꽤나 중독 있고 무엇이듯 하고 싶게 만든다. 그것이 남편에게 오해를 받는 이유다. 이런 걸 직업병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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