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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때 잘 배울 수 있습니다 “
오늘 학교에서 추모제가 있었다. 서이초 교사의 49제를 기리며 교권의 보호를 외치는 작은 규모의 행사였다. 중앙현관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이 시간 맞춰 모이고 5열 종대로 나란히 섰다. 그 곁에 둥그렇게 아이들에 모여들었다. 선생님이 무대에 아이들이 관중이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15년 교직생활 중 처음이었다. 지난 교직 세월 동안 그 어떤 일에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동요치 않은 척했었다. 늘 주최자, 관리자로서 의연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추모제가 많은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 대열에 함께하며 눈물 흘리고, 검은 리본을 같이 달아준 친구도 있었다.
학생들이 보여준 그 행동은 “존중과 공감“이었다.
비로소 일방적인 책임자가 아니라 같은 교육공동체로서 존중받는 느낌, 같이 울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교사의 고충에 대한 공감과 격려가 느껴져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 반 똑순이가 말했다. “오늘 8시가 됐는데도 샘 안 오셔서 오늘 출근 안 하시는 줄 알았어요. 학생인권이랑 교권이 같이 좋아지면 좋겠어요. “
맞다. 얘들아 우리 같이 좋아지자. 너희가 체벌에서 벗어나던 때를 기억해. 그때처럼 교권 붕괴도 훗날 우리가 벗어나던 때를 기억하겠지. 우리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