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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Oct 15. 2023

향수병

내게는

엄마 같고 아빠 같으면서 친구 같기도 한 언니가 있다.

고작 18개월 차이이면서 나를 살뜰히 돌봐준 내 가족이다.

그런 언니가 작년 이맘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한 달 만에 떠났다.


언니는 직장 동료가 우리 동네 근처에 결혼식을 하니 결혼식 가는 길에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고, 나는 신나서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들이를 나섰었다. 언니와의 수다는 늘 편안하고 즐거워서 언제나 기대되는 만남이었다. 결혼식 방문 전에 집 근처 수플레 맛집에서 만나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 언니가 잠깐 멈짓하더니 말했다.

“나 미국가게 됐어.”

긴 기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정되어 있는 것도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미국으로 갔을 가족인 것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게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놀라운지 순간 울음을 터트렸다.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이것저것 정리해서 가기도 바쁜 언니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렸었다. 마음의 짐을 받은 얼굴을 하고 앉아있는 언니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나는 언니 앞에서 늘 동생이 돼버렸다.


언니를 따라간 얼굴도 모르는 언니의 직장동료 결혼식에서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그때 언니는 주책스러운 동생을 끌고 나와 남의 결혼식에서 왜 이러냐며 농담으로 넘기고 나를 밥 한 끼 먹여서 보냈던가…ㅎㅎ


그 후론 사무치게 그리운 게 뭔지

             향수병이 뭔지 알게 됐다.


그립지 않은 고향을 갖고 있는 내가 그렇다고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낸 적도, 멀리 떨어져 산적도 없는 애송이는 몰랐던 향수병.


오늘 언니와 함께 갔던 그 결혼식장 근처를 지나면서 생각했다.


언니 생각이 난다. 보고 싶다.


물리적 거리가 주는 그리움을 체감하는 요즘 언니가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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