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지성 클래식34 [레프 톨스토이/홍대화 옮김]
중3 학생의 학습지 검사 도중에 이런 문장을 보았다.
"나는 혼자서 생각하는것을 좋아하는데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학생과 상담중에 그 이상한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람은 왜 사는가? 라는 생각이요."
사람이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 어린 학생에게 벌써 찾아 왔다니 참 철학적이고 성숙하다 생각되었다. 그 아이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며 나도 다시 한번 읽어 봤다.
인생에 고민이 많던 20대 중반 제목에 이끌려 읽었던 종교 동화 같던 톨스토이 단편선은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하는지 알게 해줬던 책이 었다. 40대가 되어 다시 읽어보니 읽는 시간 동안 경건한 마음과 반성의 시간속으로 빠져들었다가 나온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나는 어떤 종교인도 아니지만 종교의 교리에서 알려주는 인생의 진리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한참 빠져들었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내게 '마음을 내려 놓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면 톨스토이의 단편선은 삶의 방향에 대해 알려 주었었다.
이 책을 첫번째 읽었을때에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살면서 더욱 생각이 확고해졌다. 사랑이라는 말이 흔해서 함부로 내뱉고 싶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첫 마디였던 전화 서비스 센터의 직원의 인삿말을 들으면서 내 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말은 소수에게 무겁게 다가가는 사랑이기를 희망했고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을 아꼈으며 흔하게 말하는 사랑은 믿을 수 없다고 단정지었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사랑의 종류는 참 다양했고 무겁든 가볍든, 장기적이든 순간 뿐이든 그것이 모두가 사랑의 형태라는 것을 실감하고 받아들이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정 강요와 폭력보다는 사랑이었고 사랑을 받은자의 모습과 받지 못한자의 모습은 세월이 흐를 수록 큰차이가 생겼다.
그리고, 두번째 책을 읽으며 나를 사랑하는 것이 사랑중의 최고봉이라는 생각이 들게된 단편이 있었다. 바로 ‘바보 이반’이다. 동화처럼 시작된 이야기에는 한 왕국에 부자농부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군인 세묜과 배불뚝이 따라스, 바보이반, 농아인 딸 말라니야와 이들의 아버지 부자농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묜과 따라스는 인간 본능에 충실하여 세상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인물이고 바보 이반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보처럼 선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인물이었다. 욕심 많은 두 형제는 바보 이반에게서 재물을 가져가려고 했고 그때마다 한결같은 대답은 '그렇게 하세요.'였다.
그리곤, 아쉬움 없이 내어주고 변함없이 성실하게 농사일에 충실했다. 결국 바보 이반은 바보처럼 선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왕국을 꾸려 살게 되었고 그 왕국을 무너뜨리고 싶어 시기, 질투하는 악귀가 이반의 왕국 사람들에게 물질로 유혹하였지만 왕국사람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필요 없어요."
"그거 아니더라도 나한테 많아요."
현실에는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 같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보이반과 그의 왕국 사람이 하는 말에 진리가 숨어 있다.
"그렇게 하세요. 필요없어요. 그거 아니더라도 나한테 많아요."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다른사람이 어떻게 하던 내 안에 사랑으로 충만해 있기에 의심과 시기와 질투가 없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자기 안에 사랑 충만함이 있지 않다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은 사랑이라고 생각한 20대의 사유에 더불에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첫번째 방법은 ‘나를 사랑하기’로 사유를 덧붙여 본다. 삶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 뿐이고 내 마음을 수련해서 나를 사랑하게 될 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됨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 였다. 나를 온전히 사랑할 때 의혹과 욕심에서 벗어나 이성의 눈으로 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이 단편 소설들은 러시아 민담을 작가가 재해석한 이야기라 결말이 예상된다는 특징이 있지만 읽는 내내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되는 깊은 책이였다. 20대 뿐만아니라 40대에도 읽기 좋는책으로 추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