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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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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pr 02. 2023

중학생의 흔한 미담?

울림이 되는 말로 다가갈 때

우리 학교는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는 여사님이 계시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혼자서 학교의 5개 층 화장실을 모두 관리하신다. 라떼는 화장실 청소도 우리가 했었건만 요즘은 교무실 청소는 교사가 교실청소는 학생이 난이도 있는 구역은 외부업체가 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한분이 학교 화장실 모두를 관리하려니 구성원의 협조 없이는 어려운데 3학년의 화장실은 그리 협조가 안된다며 지도 요청 메시지가 2주 연속으로 담임들을 재촉했다.

주의 사항은 바닥에 휴지가 마구 버려져 있으며,

볼일을 보고 물을 안 내리는 경우가 있으며(깜빡 했겠지…ㅠ)

화장실 문을 가만두지 않아 덜렁거려 모두 교체 예정이라는 것…


나는 담임답게

“화장실 깨끗하게 써! 한분이 다 관리하시려면 얼마나 힘드시겠어!”라고 전달했다.

그런데 다음날 우리 반 똑순이 J가 내게 와서

“ 선생님 화장실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 어디 계세요? 저희가 너무 죄송해서 롤링페이퍼를 만들었어요! “라고 했다. 왑 믿을 수 없다. ”정말? 대박! “ 하며 롤링페이퍼를 읽어보니 우리 반 친구들 남녀 할 것 없이 귀여운 글씨로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가득 채웠다. 내가 조회시간에 했던 안내를 듣고 생각해 낸 것은 아니었고^^; 음악시간에 배려심 많은 음악선생님께 구구절절 청소여사님의 힘든 상황을 전해 듣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어 친구들에게 제안했더니 선뜻 써줘서 J도 친구들한테 감동받았다고 했다.

나야 말로, 감동. 1년 버틸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잔소리 같지 않게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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