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TV를 보는 이유

by 순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니,

극 중 ‘대표님’은 뭐가 그렇게도 가볍다. 물건들을 가볍게 대하는 것을 넘어 사람관계도 가볍게 생각한다. 삼각관계의 라이벌을 대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할 때도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인데도 영혼이 실린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간절함은 무거움과 어둠, 결핍으로 느껴지고, 가벼움은 밝음, 여유로 그려졌다. 간절함은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졌고 가볍게 마음을 표현한 대표님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는 건 왜일까…


“ (극 중 배우 정해인을 보며) 너무 무겁잖아 미수도 그렇고, 미수한테는 좀 가볍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중 출판사 대표님 대사-


“(극 중 배우 김고은을 보며)아! 내가 얘기 안 했구나, 우리가 네가 살던 동네 여기 인수하기로 했어. 여기는 베이커리, 옆에는 쿠킹 클래스, 여기서 시작하자” “지금처럼 웃게 해 줄게”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중 출판사 대표님이 미수에게 프러포즈하는 대사-


삶이 무거운 사람들은 생각한다. 사람이 가벼울 수 있는 이유는 어떤것이든 가진 게 많아서 이다. 돈 이든 사람이든 내게 가진 게 많을 때 집착하지 않고 가볍게 대할 수 있다. 나는 가지지 못해 내 삶에 중요한 가치를 고르고 골라 욕심내지 않고 중요한 것만 온점(.)을 찍으며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이 마음 아프고 힘들어서 성숙해지고 삶이 진지해진다. 온점을 찍으며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어도, 그렇게 신중하게 살아도 또 빼앗기곤 한다. 삶이 그냥 그런 건데, 그러면 나는 가치와 영혼을 실어 더 무거워지고 간절해진다.


욕심을 버렸다지만 갖고 있는 사람들보다 어떤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에 더욱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웃자고 한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들도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한없이 가볍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영화에서라도 보면 잠깐, 나의 하나하나 꾹꾹 눌러써 내려가는 온점 같은 인생이 서글퍼질 때가 있다.


그리고 ‘애쓰지 말자’하며 균형을 찾아보는 시늉을 하게 된다.


서글픈 감정을 끌어내고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서정적인 영화 한 편이 나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내가 오늘도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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