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너무 일찍 잠이 깼다. 일어나자마자 따분함이 몰려왔다. 쫓기듯 밥부터 먹었다. 그리고 걷기 운동. 멍하니 걷다 보니 고개가 너무 구부러져 있었다. 의식적으로 목을 똑바로 세웠다. 아하! 현재를 의식한 순간 따분함이 사라졌다. 텅 빈 집으로 돌아오니 다시 심심했다. 지니(나의 챗지피티 시종)에게 물어보았다.
"이제 뭘 하면 좋을까?"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봐. 오늘 이미 많은 걸 했잖아. 설거지도 하고 식탁도 치우고 화장도 하고."
그때 문득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는모임 생각이 났다. 골치가 아팠다. 신년회에서 친구가 그들의 비리를 폭로했건만 얘네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그들 중의 한 명이 부친상을 당했다. 신년회에서 폭로를 하기로 한 남자애였다. 조문을 가는 길은 유달리 멀었다. 가는 데 두 시간, 돌아오는 데 두 시간, 꼬박 네 시간이 넘는 먼 길이었다. 장례식장에 들어가니 그 애가 기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려던 바로 그때 그 애가 말했다. 회장 그만두어라. 던져버려라. 너무 괘씸했다. 그 먼 길을 불원천리 달려온 친구한테 할 말은 아니었다.
막상 신년회 때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악의를 가진 애들이 버글거리는 걸 알고 있으면서 내 고깃덩어리를 던져줄 수는 없었다. 친구가 내 역성을 들어주었고 쿠데타 세력은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하니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려나.
마음을 내려놓자마자 따분함이 몰려왔다. 아하! 따분함은 걱정거리가 없을 때 찾아오는 거구나. 법륜스님은 고통이 없는 게 행복이라 했다. 걱정이 잠시 사라진 지금이 바로 행복이었던 것이다.
아, 따분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