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화요일. 다시 B 병원에 왔다. 거의 S 병원과 B 병원을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계속 오는 것 같다.
이번에 B 병원은 CT 촬영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지난번 S 병원에서 자신들은 병에 대해 경험이 있고 아마 수술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에 다시 B 병원에 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괜히 돈만 쓰고 결과적으로 필요하지도 의미도 없는 CT 촬영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워낙 지금까지 병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시달린 부분들이 많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검사는 받기로 했다. 아직 S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된 것도 아니어서 또 다른 변수가 생길지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11월 5일 수요일. 다시 S 병원. 이번에는 지난번 소화기내과 진료 후 예약을 잡아준 대장항문외과 진료를 보러 왔다. 당연하게도 진료 내용은 거의 수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증상은 수술하셔야 합니다. 따로 방법이 없어요."
"다른 병원에서는 원인이나 치료방법에 대해 다들 모르겠다는 말씀만 하시더라고요."
"아마 이 증상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예요. 다른 병원 다 돌다가 저희 병원 와서 원인 찾고 수술하시는 분들이 일 년에 몇 분 정도 계세요."
"수술하면 보통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나요?"
"대장도 잘라내고 항문은 살릴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직장도 많이 잘라내야 합니다. 많이 어려운 수술이에요. 수술은 복강경 수술, 개복 수술, 로봇 수술이 있는데 직장 부분은 복강경으로는 가리는 부분이 많아서 잘 보이지 않아서 어렵고요. 개복 수술을 하거나 로봇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일단 저는 로봇 수술만 합니다. 로봇 수술이 비용이 많이 비싸긴 한데 조금 더 안정적인 부분이 있어서요. 실비 보험 있으시면 수술 비용은 실비로 처리가 될 겁니다. 수술을 하시면 수술 부위 안정을 위해 3개월 정도 임시 장루를 만들게 되고요. 3개월 지나서 변을 내려보내면 6개월에서 2년 정도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한데 수술 후유증 적응을 하셔야 할 거예요. 추가로 궁금하신 부분들은 인터넷 찾아보시면 많이 나올 거니까 그거 보시면 됩니다. 수술하시면 후유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화장실 가는 횟수가 많이 늘어나실 거고요 변실금 같은 것이 생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완전히 일반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건 아마 어려우실 거예요. 제가 돌려서 말하는 걸 싫어해서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는 겁니다."
"로봇 수술을 하면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게 되나요?"
"로봇 수술은 아마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정도 되실 거예요."
"그러면 수술을 하기로 하면 혹시 언제쯤 하게 될까요?"
"일단 지금 예약을 하시면 이번 달 말쯤이 될 거 같은데요. 혹시 더 미루시면 다음 달은 제가 일 때문에 자리에 없어서 한 달 뒤쯤에 다시 수술 예약을 하게 될 것 같네요."
"막상 수술하려니까 걱정이 좀 많이 되네요."
"결정은 환자분이 하시는 거니까요. 혹시 고민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시면 다음 주에 다시 예약 잡아드릴까요?"
결국 다음 주 다시 예약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아무리 사실을 그대로 말씀해 주시는 거라 해도 너무 우려되는 이야기만 많이 들은 것 같았다. 수술 비용도 너무 비싼 것 같고... 수술을 하면 그냥 정상적인 생활은 포기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쯤은 좋은 방향으로도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수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집에 와서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수술 자체는 직장암 수술과 내용이 거의 비슷했다.
직장암일 때, 암이 조금 퍼졌을 경우 암이 있는 부위 전 후의 직장과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 관건은 항문을 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항문까지 암이 있어서 항문도 잘라내야 하는 경우 남은 평생은 항문으로 똥을 쌀 수 없고, 배에 구멍을 내어 장루라는 것을 만들고 대장을 지나는 변을 따로 밖으로 빼주는 것을 하게 된다. 만약 항문을 살리더라도 직장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느냐에 따라 이후 변을 보는 횟수나 변실금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직장이 변을 보관하는 곳이어서 이 부분이 짧아지게 되면 변을 많이 담지 못하여 급똥이 나오거나 조금씩 자주 똥을 싸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받으려는 수술 내용은 거의 직장암과 동일하고 후유증도 역시 거의 비슷했다. 의사 선생님은 후유증을 강조하고 싶으셨던 건지,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으셨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어려운 수술을 내가 잘해서 후유증이 별로 없도록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던 겁을 좀 많이 주셨던 것이고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는 실제로 직장을 남기는 정도에 따라 화장실은 좀 더 자주 가게 되겠지만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도 가능하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적응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확실히 알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