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소개를 싫어한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쑥스럽지만 소개할 나 자신을 잘 몰라서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새 학기 첫 수업 시간에 어김없이 한번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곤 했는데 나는 나보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는 친구들의 말은 듣지 않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릿속이 분주했었다. 나이가 든 지금도 문화센터에서 자기소개를 시킬까 하는 노파심에 첫 수업에 결석하기도 한다.
MBTI 성격유형 검사도 할 때마다 바뀐다. 성향이 분명하지 않아 선택이 어려운 항목들이 많고 결과지를 보면 꽤 많은 항목이 가운데에 분포한다. 검사할 때의 마음 상태에 따라 가운데 항목들이 다르게 작용하니 결과도 달라진다. 마음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이라니···. 참 별로다.
선택이나 결정을 잘 못하고 미루는 경우도 많다.
무엇을 먹을까, 어떤 물건을 살까, 날짜를 언제로 정할까, 심지어 기차를 탈지 버스를 탈지도. 코 앞에 닥칠 때까지 결정을 못 해서 손해 보는 경우도 많다.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이 물었다. 결혼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그러게 말이다. 쓴웃음이 난다.
선택 장애 혹은 결정장애는 삶의 전반에서 나를 괴롭힌다. 다들 선택도 쉽게 하고 결정도 빨리하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남들도 그럴까?
선택의 힘, 결정을 잘하는 법 등의 책들을 사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기까지 나의 갈팡질팡 마음을 볼 때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결국에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날 잘 모르겠다.
이런 마음이 지도에서 보일까?
지도에서 나를 보면
1 하우스에 해왕성이 있다.
해왕성은 넓은 바다의 이미지로 경계가 없고 모호하다. 세상에 나의 개성을 보여주는 영역에서 이 해왕성의 모호한 특성이 발휘되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다고 한다.
해왕성의 에너지를 긍정으로 쓰면 상상력, 공상력, 창의력을 치유와 예술적 능력으로 쓸 수 있는데 별자리 수업에서도 선생님은 전체 차트의 성향으로 볼 때 현실적 성향이 강한 내게 해왕성의 에너지를 쓰라고 권유한다. 그림을 배우고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이 에너지의 영향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달 천칭자리는 화성 양자리와 오퍼지션 각을 이룬다.
천칭자리는 이성적이고 사교적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분쟁을 싫어한다. 그 때문에 나의 내면은 균형을 이루고 평화로울 때 감정적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화성과 각을 맺어 때때로 나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천칭자리 달은 집안일을 젖혀두고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글쓰기에 매달리는 자신에게 항의한다. 이게 허리에 주사를 맞고 걷기 운동시간을 반납해 다리가 저리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냐고. 글쓰기와 건강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니 걱정되고 마음이 불안하다고. 그러면서 나중에 흑역사가 될지도 모를 이 어려운 내용의 글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결정을 못 하고 우유부단의 끝판을 보여준다.
그런데 양자리 화성이 이번 기회에 해야 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부추긴다. 금방 끝나니 조금만 참자며 열정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도전하고 쟁취하는 기능을 하는 화성의 힘이 훨씬 세다.
전자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참여한 것은 균형을 이루려는 달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화성이 이긴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화성이 각을 이루지 않았다면 나는 첫 수업에서, 또는 중도에 글쓰기 도전을 포기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먼 훗날 이 글쓰기 경험이 단순한 추억이 아닌 또 다른 성장의 씨앗이 되어 있길 조심스럽게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