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가 좋다.
특별한 호러, 과한 애정물이 아니면 모두 OK다.
어린 시절.
주말이면 우리 집은 영화관이 되었다.
1간짜리 단칸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에도, 살림이 펴서 각자 방이 생긴 집에 살아도,
우리가 다 커서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떠날 때까지 그 시간은 이어졌다.
우리 집안의 영화 사랑은 부모님에서 시작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얼굴 한 번 못 보고 결혼했다는 분들이 어찌 그리 마음이 잘 맞으셨는지, 두 분 다 영화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분들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극장에 갔던 기억들도 많다.
요즘 TV에서 옛날 영화들을 하는 것들을 보면 거의가 어린 시절 극장에서 본 것들이다.
요즘은 부모님이 왜 그렇게 영화에 빠졌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세계에 빨려 들어간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환상의 세계도, 행복한 시간도 모두 거기 있다. 물론 영화가 행복한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프거나 힘든 영화를 보면 그래도 나는 살만하구나 싶어진다. 아마도 이런 마음에서 부모님이 영화를 그렇게 열심히 본 것이 아닌가 싶다.
현실 도피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영화에서 꿈을 본다. 아마 부모님도 영화에서 꿈을 봤을 거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내셨을 거다. 나도 그렇게 견뎌야 했던 시간들을 지나왔다.
그래서 나는 영화가 좋다. 나에게 살아갈 힘을, 꿈을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