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축을 위해
엄마!!
바나나는 아니지 않아!
쪽 팔리잖아!
가방에서 바나나가 보이자 딸이 기겁을 했다.
혹시나 에너지가 떨어져서 기운이 없으면 힘들까 봐..
집에서 마지막 나오는 길에 딸아이 몰래 가방에 넣었던 바나나를 들켰다.
만약을 대비해서 전날 옥수수 저당빵을 하나 사 두기는 했지만, 왠지 그걸로는 불안했다.
중앙 박물관으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예전 같으면 차를 가지고 갔다.
요즘은 체력이 많이 좋아져서 전철을 타고 가려고 한다.
더군다나 얼마 전 여의도 더 현대로 알폰스 무하전을 보러 갈 때, 주차장이 만차라서 차를 못 세우고, 도슨트 시간에 못 맞춘 후로는 이제부터는 서울은 무조건 전철로만 다니기로 했다. (전시회가 끝나기 전날이라서 조금 늦었지만 끼워는 줘서 도슨트 해설은 들었다! 물론 아주 좋았다!)
전철역까지 걸어서 20분, 전철로 50분, 다시 걸어야 하고,
도슨트 해설 들으며 전시회 한 번 보고, 다시 따로 한 번 봐야 했다.
중앙 박물관 근처에는 점심 먹을만한 곳이 없어서 일산으로 와서 프랑스 가정식을 먹기로 했었다.
오후 2시는 돼야 점심을 먹을 것 같았다.
옥수수 저당빵 한봉으로는 둘이서 그 시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그 문제의 바나나를 급히 챙긴 건데..
가방에서 바나나를 본 딸아이가 기겁을 했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배는 고프지 않지만 몸이 견디지를 못한다. 지금은 당뇨 전단계라 저혈당 때문이라고 하지만 원래 어려서부터 에너지가 떨어지면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힘이 들어져서 견딜 수가 없다. 몸이 이러다 보니 밖에 나가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거의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있다.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기 전에는 급한 대로 뭐라도 사마시기도 하고, 대충 빵도 사 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급하게 에너지가 방전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집에서 나가기 전에 뭐라도 챙겨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전에는 체면치레라도 있었지만 나이 들어서는 우선은 살고 봐야 한다는 생존본능만 남았나 보다.
아직은 젊은 딸아이가 보기에는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