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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an 11. 2024

애정행각? 마지막 사랑?

내 나이가 어때서

요즘 우리 요양원에 사랑의 꽃이 핀다.  80 이 넘어 90에 이르는 어르신들의 사랑이다. 애정행각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어찌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마지막 사랑이라고 응원해 주자는 이들도 있다.


내가  일하는 요양원은 2층은 남자 어르신, 3,4층은 여자 어르신들이 계신다. 주인공은 내가 일하는 3층의 여자 어르신이다. 남자 어르신들만 보면 오라버니를 외치며 옆에 앉으려고 한다. 손도 잡고, 가슴팍도 더듬는 것이 일이다.


요양원은 거의 매일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그럴 때는 한 층으로 모든 어르신을 이동시킨다. 그럴 때 이 여자 어르신은 물을 만난다. 재빨리 남자 어르신들 사이에 가서 앉으신다. 그리고 작업을 거신다.  양 옆에 남자 어르신을 끼고 앉으시면 완전히 물 만난 물고기다. 타고나기를 연애 세포라고는 미세 현미경으로 봐도 없는 내가 힘들다. 어떨 때는 기어이 그 어르신을 여자 어르신들 사이로 옮겨 가게 할 때도 있다.

'나는 여기가 좋은데 왜 자꾸 절로 가라 그래' 반항을 하신다. 다른 어르신들의 분위기 때문에라도 그냥 둘 수는 없다.


원래 우리 층은 여자 어르신들만 계셨다. 2층에 방이 모자라 새로 들어오신 남자어르신을 2층에 모시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그 여자 어르신은 그저 남자 어르신을 따라다니신다.  쿵작이 맞느라 남자 어르신도 좋아하시며 함께 앉아 손깍지를 끼고 있다. 아무리 떼어 놓아도 어느 틈에 붙어 앉아계신다. 이런 걸 애정행각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 점점 도가 지나쳐 남자 어르신이 아예 여자 어르신 무릎을 베고 누워 계셨다. (우리 요양원은 층마다 중앙 응접실에 장소파가 여러 개 놓여 있다.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앉아 tv도 보시고 얘기도 나누며 노시는 곳이다).


아무리 떼어놔도 응접실에 나오실 때면 그러고 계시니 다른 여자 어르신들의 불평이 많다. 결국 못 참고 뭐라고 하시는 어르신들께 이 여자 어르신이 같이 말싸움을 하면 판이 커져버린다. 초기 진화를 못하면 애들 싸움하듯 워커 들고 싸움판이 벌어질 기세다. 말싸움이 커지기 전에 초기 진화를 해야 한다. 우리 요양사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서 노닥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판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애정행각이 멈추지를 않자 결국 원장님까지 나서서 그러시면 안 된다고 당부를 했다. 그때뿐이다. 치매가 있기 때문에 약속은 약속이고 본능에 충실하다. 어쩔 수 없이 2층에 자리가 났을 때 그 남자 어르신을 내려 보냈다. 남자 어르신은 우리가 일이 있어 2층에 갈 때면 너무 반가워하신다. 그리고는 자기를 데려가라고 사정을 하신다. 2층은 남자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요양보호사도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기본 구성이다. 여자 요양보호사만 있는 3층에서 누리던 살뜰한 보살핌이  없으니 얼마나 3층이 그리울까 싶다.


여자 요양사 선생님들은 애정행각이라며 질색을 한다. 나이 들어서 뭐 하는 거냐고, 안 좋아 보인다는 의견이다. 반면에 남자 요양사 선생님들은 응원하는 분위기다. 다른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이 애정행각을 벌이다 걸렸다는데 원장님이 황혼의 사랑이라고 손뼉 치며 응원해 주었다고 한다. 어차피 인생의 마지막 자리인데 애정행각이면 어떻고, 사랑이면 어떠냐고. 그래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아직은 살아 있는 것 아니냐고 응원해 주자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여자 어르신의 행동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다. 우리가 사랑이라 말할 때는 그래도 어딘가 고급진 분위기가 있다. 이 어르신의 사랑은 애정행각이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그냥 남자 어르신이라면 무조건 ok다. 처음에는 추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남자 요양사들의 반대 의견을 듣고 보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살아 있기에 애정행각이든 사랑이든 당신의 감정을 누릴 수 있구나 하는.


요양원에도 사랑의 꽃이 핀다. 나이가 어떻든 지다. 노래 가사대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다. 살아 있으니까.

삶의 마지막 자리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인생의 풍파를 다 겪었다. 이제는 고요히 인생의 마지막 자리를 지날 것 같은 요양원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아직 욕망이 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당신들이 살아 있다는 현실을 느끼게 해 주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정행각이든, 마지막 사랑이든 남녀가 모이는 곳에는 연애 사건은 필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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