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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Aug 22. 2024

이제 영어 회화에 도전해 볼까

인생 2막 버킷 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하면서 영어 회화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저 다른 이의 감성으로 번역된 고전을 원작자의 숨결 그대로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니까.


영어 회화를 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지만 영어 회화가 나에게 주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영어를 쓸 기회가 많지 않으니 아무리 영어 회화를 열심히 해도 써먹을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다. 이 나이에 영어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설사 일을 하려고 해도 영어 잘하는 빠릿빠릿한 젊은 아이들이 많은데 트렌드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나를 쓸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폼나게 영어로 쏼라거리며 외국 여행을 다니는 꿈은 꾸어 봤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영어를 마구 써먹을 정도로 외국 여행을 다닐 형편도 안되고. 어쩌다 한 번 외국 여행을 갈 기회를 위해 죽어라 영어 회화를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딱 한 번 외국 여행을 갔을 때 핸드폰의 번역 어플만 있으면 얼마든지 여행을 다니겠다는 경험도 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 사람들과 인생을 논할 일도 없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길 물어보고 가격 물어보는 정도는 어플로 충분했었다.

  오히려 박물관의 설명서를 빨리 못 읽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 당시 여행을 박물관 투어로 타깃을 잡았었기에 가는 곳마다 박물관만 찾아다녔었다. 루브르나 오를리, 베를린 박물관에서 뒷사람들이 밀고 오니 전시물의 설명서를 빨리 못 읽고 통과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어 실력도 안돼서 정확히 뭐라 하는지도 답답하고.

영어 회화보다는 문장을 빨리 읽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 지점이다.


아이들 말로는 영화나 미드도 번역이 제대로 안된 경우도 많다는데..  워낙 미드, 영화를 좋아하니 그냥 즐기며 보는 것으로 만족이다. 내용만 알면 그만이다. 텍스트로 보는 것보다 미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으니까. 미드나 영화는 언어의 트렌드를 잘 따라가야 한다는데 트렌드 하고는 담쌓은 마이 웨이 아줌마다. 굳이 그 재밌는 미드, 영화를 고통스럽게 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나만 즐거우면 됐지.


그런데..  영어 원서를 읽는 재미에 푹 빠진 시간이 길어지며 슬금슬금 영어 회화에 대한 욕심이 저 어딘가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전혀 의도했던 바는 아닌데, 언젠가부터 영화, 미드의 대사가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유는 도저히 모르겠다. 따로 듣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미드나 영화를 본 절대 시간을 계산한다면 지금쯤 쏼라 정도가 아니라 원어민급의 회화 실력을 가졌을 거다.

  자막을 열심히 보면서 즐겁게 드라마의 내용을 즐겨왔다. '미드나 영화를 아무리 봐도 자막을 보면 절대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의 산증인이다.


왜 이제 와서 미드, 영화의 대사가 어쩌다 조금씩 귀에 들어오는 건지..

나름 미드, 영화를 자막을 빼고 영어 귀 뚫기에 도전했던 시기가 있었다.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도 꾹꾹 눌러가며 열심히도 봤건만, 결국은 영어 귀 뚫기는커녕 성질만 버리고 포기한 전적이 있다. 그 뒤로는 아예 영어 회화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아마도 읽는 것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서 문장의 패턴이 익숙해진 결과가 아닐까 혼자 짐작해 본다.

많이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어 문장이 나에게 스며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미드나 영화를 자막 없이도 보겠다는 절대 아니다.

아주 조금씩 부분 부분 뭐라고 하는지 알겠다 정도!

이렇게 영어 원서를 계속 열심히 읽으면서 듣기도 함께 한다면 영어 회화도 가능하겠다는 감이 잡힌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영어 회화에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영어 원서를 영어 동화책으로 천천히 시작했듯이 조금씩 부담 없이 듣는 양을 늘려 나가 볼까 싶다. 유튜브에서 어른들을 위한 잠자리 동화를 찾았다. 읽어 주는 속도가 느리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낮에 쉴 때나, 밤에 잠이 안 올 때 들으니 너무 좋다. 많이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또 입이 열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시간이야 많이 걸리겠지만, 나는 쉬지 않고 꾸역꾸역 걸어가려 한다.

빨리 고지에 이르러서 해야 할 일도 없고, 나만 만족하고 즐거우면 되는 일이니까.

나이 들어가면서 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이루어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것.

어느 하나 주님의 축복이 아닌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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