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망 Sep 05. 2024

엄마는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들리지 않아

엄마는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거의 청력을 잃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보청기를 하면 겨우 조금 알아들을 정도다.

보청기를 해도 엄마와 얘기 하려면 소리를 쳐야 한다.


엄마의 청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는 20년도 더 넘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버텼던 것 같은데. .

호스피스 병원에서 간암 말기 투병을 하시던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청력을 많이 잃으셨다.

엄마는 원래 호흡기가 안좋아서 평생 기침을 하셨다.

먼지가 있는 좁은 공간은 아예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기침을 하셨다.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던 병실은 6명이 함께 있었다.

모두 다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하는 분들이라 무척 고통스러워 하셨다.

엄마는 밤새 터저 나오는 기침 때문에 고생을 하셨단다.

그렇잖아도 고통스러운 환자들이 엄마의 기침 소리에 잠을 못잘까 싶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손으로 입을 막고는 밤새 나오는 기침을 막았다고 한다.

그 시간들을 지나고 엄마는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청력을 잃었다.


보청기를 하시기는 했다.

아무리 좋아도 기계라..

어느 정도 윙윙거리는 느낌이 있었고, 엄마는 두통을 호소하셨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 보청기를 포기 하셨다.

사람을 만나야 할 때나, 우리 가족 모임 정도, 교회 예배 정도만 어쩔 수 없이 보청기를 하셨다.

엄마 말로는 보청기를 한다고 깨끗하게 잘 들리는 것도 아니고, 머리만 아프다고 너무 힘들다 하셨다.


목에 거는 소리 증폭기를 사 드리기도 했는데 그것도 편치를 않으셨다.

청력을 잃었지만 엄마는 열심히 사는 것을 잃지는 않으셔서 항상 감사했다.

우리 엄마지만 대단하다 싶었다.

문화센터도 다니시고, 교회 노인학교도 다니시며 정말 열심히 노력하셨다.

두통 때문에 힘들고, 깨끗하게 들리지 않는 말소리에 신경을 잔뜩 곤두세워야 했지만

엄마는 투사였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