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멋있게 잘 쓰고 싶어.
인스타에 올린 엄마의
시를 가족들에게 오픈하고
엄마는 더 열심을 내셨다.
마음에서는 떠오르는데
막상 단어로 나오지 않는
답답함을 호소하셨다.
이미 나와있는 시집을
많이 읽어 보자고 했다.
많이 읽다 보면 적당한
표현들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당장 도서관에 가자고
일어서는 나를 붙잡으셨다.
너무 애쓰는 것 같이 보일까
부담스러우신 듯했다.
글쓰기로 상처를 치유하고
더 이상 숨지 않게 되었지만,
앞서 나가는 것은 아직
두려우셨던 것 같았다.
그날은 그렇게 또 내가
한 발을 물러섰다.
다음 주에 엄마에게 갔던 날.
엄마의 작은 앉은뱅이
책상 위에는 책과 노트가
놓여 있고, 주변에는
여러 권의 책이 쌓여 있었다.
작년에 대학에 진학한
조카 녀석의 책들이었다.
수능 때문에 봤던 책들을
과외를 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둔 것이었는데..
엄마는 그 책들을 교재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를 분석해 놓은 글을
읽어보라고 하시며
'내가 젊으면 국문과에
진학해서 이런 공부를
실컷 해 봤으면 원이 없겠다'
마음에 오는 구절은
필사도 하시며 정말 즐겁게
글쓰기 공부를 하고 계셨다.
엄마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엄마도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 공부도 있었는데..
엄마의 바램은 고이 접어
뒤켠에 놓고 우리 3남매를
뒷바라지하셨구나!
내가 나이 들어보니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자기만의 인생이 있는
한 사람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