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고 읽기만 하면 안 될까
필사가 너무 힘들어
엄마가 글쓰기 공부에
너무 열심을 내셨나 보다.
또다시 한 주가 지나고
엄마를 뵈러 갔을 때
엄마는 필사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안 쓰고 읽기만 하면 안 될까?
엄마는 무슨 일이든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성격이다.
거기에 가족들의 격려에
한껏 고무되어서
의욕이 넘쳤었던 것 같다.
책을 보고 마음에 닿는
구절을 열심히 필사를
하신 노트가 두툼했다.
한 주간 얼마나 열심을
내셨는지 짐작이 갔다.
엄마의 학구열이 타오르는
만큼 마음에 닿는 구절이
너무 많았다.
그만큼 필사를 해야 하는
분량이 많았던 모양새다.
엄마 나이 83세.
다른 분들에 비하면
건강관리를 잘하셔서
건강하신 편이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
더군다나 옛날 습관 그대로
앉은뱅이책상을 놓고
바닥에 앉으신다.
엄마의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이 말을 안 들어줬다.
눈도 침침하고, 글씨를 계속
쓰자니 팔도, 손목도 아프셨던
모양이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상황에 엄마는 다시
다운이 되려고 했다.
'이 나이에 뭐 하는 거냐?'
다시 엄마를 다독이고
반복해서 많이 읽는 걸로
타협을 봤다.
그래도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손을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사를 놓지는
말자고 설득을 했다.
그냥 책을 보고 마음에
닿는 구절을 필사하는 것은
분량 조절이 안되기 때문에
지칠 수밖에 없다.
매일 성경에서 시편을
10~15구절 정도만 필사를
하시자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성경이지만 시편도 시니까
감성을 키울 수 있다고.
이만큼 왔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너무 억울하지 않냐는 내 말에
'그렇지, 그렇지'
엄마는 스스로를 추스르셨다.
엄마는 다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