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망 Dec 16. 2024

딸, 고맙다.

네 덕분에 치매는 안 걸리겠다.

청력을 잃어가기 시작한 지는

15년이 되었지만, 잃어버린

청력에도 엄마는 꿋꿋하게

버텨왔었다.

어느 순간 엄마는 그 꿋꿋함을

잃고 세상에서 도망치셨다.

그리고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신 지가 1년이다.


엄마도 나도 어쩔 몰라하며

보낸 지난겨울과 봄이다.

자신만의 동굴에서 세상과

단절한 엄마가 노인 우울증에

걸릴까 두려웠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로 이어진다.

글로라도 세상으로 나가기를

바라며 글쓰기를 제안했었다.


글을 쓰며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엄마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받았다.

그리고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글쓰기를 계속하고 계신다.

이제는 딱히 글감을 드리지

않아도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글을 잘 쓰고 계신다.


엄마의 생신 모임 후에

처음 엄마를 보러 간 날.

'딸, 고맙다!

네 덕분에 내가 치매는 안 걸리겠다.

수고했다'

그리고는 내가 드린 글감 외에도

써 놓으신 글을 3개나

더 내놓으셨다.


이제는 삶 속에서 이런 일을

어떻게 글로 쓸까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단지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잘 안 나서 힘들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그래도 하셔야 한다고,

정확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풀어서 설명으로 써 보시라고.

내가 블로그에 올릴 때

적당히 맞춰서 해 드리겠다고

마음 편히 즐겁게 쓰시라고

말씀드렸다.


글을 쓸 글감을 만드시려고

교회 모임에도 여기저기

기웃거린다고 말씀하시며

'내가 이렇게 주책을 떨고 다닌다'


이제는 엄마의 얼굴이 밝아지고

생기가 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