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가진 고유한 모양대로 살기
11월에는 생일을 맞이하여 일주일간 남편과 반려견 시루와 함께 국내여행을 다녀왔다. 포천에서 영월, 영월에서 영양,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주에서 마무리 하는 미니 전국 여행이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영월 산 속에 있는 북스테이 <이후북스테이>에서의 시간이었다.
강아지 네 마리가 영월의 동강과 드넓은 뒷산을 마당삼아 자유로이 뛰다니는 아름다운 곳. 그곳에 사는 강아지 맹자에게 "산책갈까?" 하면 본인이 아는 지름길을 통해 동강으로 안내해주는 마법같은 곳. 도시에서처럼 목줄을 잡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어 시루도 우리도 자유롭게, 패턴 없이, 시골길을 뛰어다녔다.
2박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는 날, 짧은 숏컷을 붉은 색으로 염색한 강렬한 사장님께서 커피를 마시러 오라고 초대해주셨다. 73세이신 사장님은 취미로 드럼을 친다고 했다. 여기서는 뭐, 아무도 안들리니까. 하며 담백하게 어깨를 으쓱.
50대가 넘어서야 민박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영월에서 민박집을 짓다 너무 촌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사장님의 딸이 공사를 올스탑 시켰다고 한다. 서울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일을 하던 사장님의 딸은 본인의 감각을 살려 이후북스테이를 탄생시켰고, 지금은 3호점까지 오픈했다.
강아지 네 마리를 돌보고 손님을 맞이하며 이따금 드럼을 치는 펜션 사장님, 서울에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하고 주말엔 숙소를 관리하는 사장님의 딸. 각자에게 주어진 삶 안에서 고유한 모양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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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생기고 난 뒤 한창 달라진 삶의 양식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아침 산책은 당연한 루틴이 되었고, 주말에는 바깥으로 쏘다니며 시루가 신나게 뛰놀곳을 찾는다. '피곤한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다' 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집으로 돌아와 피곤해 곯아떨어진 시루의 모습을 보는 것이 요즈음의 가장 큰 낙이다. 남편은 갑자기 캠핑 유투브를 엄청나게 찾아보기 시작했고.
각자 고유한 모양대로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의 삶도 어떤 방향으로 어떤 패턴과 모양을 만들어낼 지 기대된다. 역시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는 건 재미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