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이란

by 정 영 일

[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이란]

속초의 한 바닷가 카페,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책을 읽던 어느 날,

법정 스님의 짧은 설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으니,

가난한들 무슨 손해가 있으며,

죽을 때 가져갈 수 없으니

부유한들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 ‘무소유’의 이야기.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훌쩍 지나온 지금,

그 말의 무게가 마음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무소유’는 고귀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상적으로 보면 무소유는 참 아름답지만,

현실 속에서는 늘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진 것이 너무 없으면

불편함이 일상이 되고,

속세를 떠난 수행자나 가능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소유’보다는 ‘중도’가 더 현실적인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과욕에 휘둘리지 않되,

삶의 최소한을 지킬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삶.


주윤발과 백암천 사내의 이야기

이런 생각을 하던 중,

홍콩 배우 주윤발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올해 71세인 그는 무려 8,100억 원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으면 가져갈 게 아니기에 사회에 환원한다.”


지금도 그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며,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간단한 식사와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절제된 삶이 오히려 더 빛나 보입니다.


반대로,

예전 청평 백암천에서 만난 한 분의 삶도 기억납니다.

경기대 대학원을 나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지금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가끔 도움을 받아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삶.


두 사람의 삶은 극과 극이지만,

모두 우리 삶의 일부이고,

그 사이 어딘가에 ‘중도’라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왜 우리는 주식을 하는가?

우리가 재테크를 고민하고, 주식을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덜 불안한 노후, 조금 더 인간다운 여유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늙어가는 삶’이 아니라, ‘익어가는 삶’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최소한의 경제력은 필수입니다.

움직이면 돈이 들고,

자연인처럼 살고 싶어도

현실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속초에서 느낀 마음

오늘도 속초 바닷가 앞 벤치에 앉아,

잔잔한 파도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합니다.


‘늙는다’는 건 나이가 드는 것이지만,

‘익는다’는 건 깊어지는 시간의 결과라는 것.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 보니, 이제야 비로소

소유보다 의미를,

가짐보다 관계와 감정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작가의 마무리)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떠날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는 것.


누군가는 무소유를 선택하고,

누군가는 검소한 풍요를 택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천천히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삶을 나누는 이 시간이

당신에게 작지만 따뜻한 쉼이 되었기를 바라며,

속초에서 조용히 한 자락 마음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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