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한 문장이 숨이 되어준 시간에 대해
[숨구멍이 되어준 영어 한 문장]
평소라면 업로드가 금요일에 글을 올렸을 텐데요.
오늘은 이상하게도,
이 글 만큼은 목요일, 조용한 이 시간에
꺼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이 글을 읽기 전, 조용히 음악 하나를 틀어보시겠어요?
Hans Zimmer – Time (from Inception)
감정을 조용히 끌어올리는 이 곡이, 글 속 감정의 결을 더 깊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YouTube에서 듣기
이제, 천천히 읽어주세요.
문득,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1년 6개월 전, 나의 삶은 여전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조차 고통스러웠고, 숨 쉴 공간조차 없었습니다.
그 시절, 나는 삶의 전장터라 부를 만한 고속도로 휴게소 내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2,200대가 넘는 차량이 주유소를 지나쳤고,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끌어안은 채 하루를 보내기 바빴습니다.
그 지독한 반복 속에서,
나는 문득 영어 문장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단순한 취미나 자기계발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의 고통을 견디기 위한, 나만의 안간힘이었습니다.
주유소에 들르는 외국인 손님에게
조심스레 한두 마디 영어를 건넸던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Hello, how are you today?"
짧은 인사 한마디가 그렇게 따뜻할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매일, 영어 문장을 외우고 따라 하고, 입으로 뱉으며 하루를 버텼습니다.
영어는 내 삶의 숨구멍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주유소와 기숙사 간의 거리는 멀었고,
육체적 피로는 점점 나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한 달 만에 그곳을 떠나, 집 근처의 또 다른 주유소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곳 또한 하루 600대가 넘는 차량이 들어오는 분주한 전장이었습니다.
대우도, 업무도 쉽지 않았지만,
나는 매일 영어 문장을 손에 쥐듯 외웠습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영어에 집착했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으로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몰두했습니다.
외국인이 주유소에 들어설 때면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달려가 말을 걸곤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은 외국인이 저에게
"영어 발음이 좋네요. 꼭 외국에서 살던 분 같아요."
라고 말해주었고, 그날은 하루 종일 행복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년쯤 되었을 무렵, 나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낡은 배낭 하나를 메고 속초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외국인과,
그동안 외운 문장들을 꺼내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말한 나의 영어는,
내 지난 시간의 흔적들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가장 아끼며 자주 되뇌던 문장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 “Your smile is worth three thousand dollars. Keep smiling.”
(당신의 미소는 3천 불의 값어치가 있어요. 늘 웃으세요.)
그 문장은 그저 영어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
내가 매일 외우며 스스로를 버텨내게 했던 위로였습니다.
지금 나는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솔직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조용히 문장을 이어갑니다.
그 시절 영어를 외우던 기억은 여전히 내게 가장 빛나는 추억 중 하나입니다.
그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었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이렇게 조용히 숨 쉴 수 있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거나, 인생이 멋지게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건 단지,
삶이 너무 아파서 영어 한 문장에 매달렸던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그 시절 나는 매일 울었고, 외로웠으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때 내 곁에 남아 준 건
“당신의 미소는 3천 불의 값어치가 있어요. 늘 웃으세요.”
그 문장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지금 어디쯤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말하고 싶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를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하루하루가 모여
당신의 삶에도 조용한 기쁨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영어 문장 하나가 내 삶을 구했듯,
당신의 하루에도 그런 숨구멍이 있기를 바랍니다...